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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예고한 재난, 돌발가뭄

강릉 가뭄 현장에 다녀온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팀 이야기

글: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강수량 부족과 이상 고온으로 예상치 못하게 빠르게 닥친 돌발가뭄!
기후재난의 다른 얼굴인 돌발가뭄으로 강릉 시민들은 극심한 물부족 사태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돌발가뭄이 앞으로 더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와, 비다! 비가 온다. 많이 많이 내려라.”

2025년 9월 22일, 23일 만에 강릉의 가뭄 재난사태가 해제되었습니다. 강릉 시민들은 오랜만에 내리고 있는 비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곳곳에서 빗소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강릉 지역 생활용수 87%를 책임지고 있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7월 23일부터 연일 최저치를 기록했고, 결국 지난 8월 30일 저녁 7시, 재난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산불을 비롯해 사회재난으로는 5번 정도 재난사태 선포가 있었지만 자연 재난으로 인한 재난사태 선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다행히 9월 13일부터 내린 단비 덕분에 저수율은 52일 만에 16%대로 올라서며 잠시나마 위기를 넘겼습니다.

기후위기와 돌발가뭄

가뭄은 일반적으로 평균 이하의 강수량으로 인해 물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진행 속도가 늦고 장기간에 걸쳐 발생합니다. 하지만 국가가뭄정보포털의 이번 강릉 가뭄 상황을 보면 불과 38일 만에 ‘관심’에서 ‘심각’ 단계까지 빠르게 악화습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연구팀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강릉 오봉저수지 상황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4월 21일 90.9%였던 저수율이 8월 22일에는 19%, 9월 15일에는 16.3%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연구팀이 위성으로 확인한 오봉저수지
그린피스 동아시아 연구팀이 위성으로 확인한 오봉저수지

이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수 주 또는 수 개월 만에 급격하게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돌발가뭄은 기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강수량 부족(강수부족형)과 함께 이상고온(폭염형)에 따른 증발산(땅이나 물 위에서 수분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 잃어버리는 '증발'과 식물이 잎을 통해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을 합한 개념) 의 급증이 추가된 새로운 유형의 가뭄입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 이상고온에 따른 폭염형 돌발가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발생 횟수와 지속기간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1982~2022년 강수부족형과 폭염형에 따른 돌발가뭄 발생횟수와 평균지속일 추세 발췌 및 그린피스에서 한글로 번역 (김경민 외 2022)
1982~2022년 강수부족형과 폭염형에 따른 돌발가뭄 발생횟수와 평균지속일 추세 발췌 및 그린피스에서 한글로 번역 (김경민 외 2022)

강원도는 돌발가뭄으로 오래전부터 피해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건국대 소방방재융합학과 송영석 교수 등이 방재학회(8월) 논문집에 기제한 ‘기상학적 인자를 고려한 강원지역의 돌발가뭄 발생특성 분석’에 보면 지난 10년(2015~2024년) 동안 강원도 11개 기상관측소에서 분석한 96건의 가뭄 중 39건(41%)이 돌발가뭄이었고 강릉은 2018년, 2019년, 2024년 3년간 돌발가뭄이 발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돌발가뭄이 평년이하의 강우량과 평년이상의 고온으로 발생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기상청 자료를 보면 강원도의 경우 7월 평균기온이 26.6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3~4도 높았고, 강수량은 131.1mm로 평년보다 67~151mm 낮았습니다.

돌발가뭄 현장에서의 긴급식수 지원

그린피스 기후재난대응팀은 돌발가뭄이 가장 심했던 9월 12일 강릉시 자원봉사센터와 협업하여 긴급식수지원을 했습니다. 주민들의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강릉시 자원봉사센터에선 식수를 공급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해 그린피스도 함께 힘을 보탰습니다.

2023년 강릉산불 이후 이재민들과 심리회복프로그램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왔기에 이번 돌발가뭄 소식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전국에서 개인, 지자체, 기업 등의 후원으로 강릉 아레나 경기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수가 적재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강릉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준 생수가 강릉 아레나 경기장에 적재된 모습
전국에서 보내준 생수가 강릉 아레나 경기장에 적재된 모습

그린피스와 강릉시 자원봉사센터는 강릉시에 있 한 경로당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 생수를 전달했습니다.

“내 나이가 88세인데 지금까지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 하늘도 무심하시지 우째 이래 비가 안올까?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봉사를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한 주민이 뛰어나와 우리를 반기며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많은 시간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은 단수가 되면서 밥도 해먹을 수 없고, 모임도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경로당 곳곳을 다니며 생수를 지원하고 있는 그린피스 기후재난대응팀
경로당 곳곳을 다니며 생수를 지원하고 있는 그린피스 기후재난대응팀

강릉 시내 곳곳에도 돌발가뭄의 피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거리 곳곳에 절수를 독려하는 플랜카드를 볼 수 있었고, 세차장에서도 단축영업을 했습니다. 공공 화장실도 절수를 위해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심지어 수도꼭지를 묶어 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바닥에 있는 수도미터기보호통에는 ‘제한급수’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 군용 물탱크 차량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물을 퍼 날랐습니다. 주변 인근 도시에서 물을 퍼와 강릉에 있는 정수장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전 도시가 돌발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수도미터기보호통
수도미터기보호통

“비 온다!”

그렇게 강릉 성덕동에 있는 경로당 23개소에 373묶음의 생수 지원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 같이 준비라도 한 듯이 동시에 외쳤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정말 바라던 비었습니다.

기후재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필요

행정안전부는 9월 22일, 강릉의 재난사태 해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강릉의 돌발가뭄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큽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자료에서도 폭염일수와 가뭄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돌발가뭄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당장의 대응책과 더불어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이번 돌발가뭄이 보여주듯 단순히 물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같은 상시적 온난화·폭염이 결합하며 예상치 못한 시점에 심각하게 악화합니다. 이는 국내 가뭄 대응 시스템만으로는 반복되는 피해를 막는데 부족합니다.

기후위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2035년까지 61% 감축목표로 상향조정되어야 하며, 전 부문에서 실질적 탄소 감축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더 과감한 정책 전환과 실행력이 갖추어질 때, 강릉 같은 지역의 기후재난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재난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기후재난은 항상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재난대응 거버넌스 구축, 지역사회 재난대응 역량강화, 그리고 기후재난의 근본원인인 기후위기를 해결해야만이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시민들과 함께 기후위기를 막아내고자 합니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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