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기후예산 1] 한강버스는 왜 기후예산이 되었을까?
2026년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구정 연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2025년은 어떤 해였나요? 지구적 관점에서는 ‘불타는 해’였다고 표현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44도 높아졌고, 산불과 홍수 등 기후재난의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다양한 순간에서 기후와 지구를 걱정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환경을 지키는 행동에 동참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의 차원에서는 “가치소비”를 선택하는 시민도 많아졌습니다. 품질과 가격만이 아니라 환경 영향과 윤리적 생산, 노동 인권 등도 고려 대상에 오른 것이죠.
가치소비에서 중요한 건 판매되는 물품이 지구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민이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정작 우리가 매일 소비하면서도 그 영향력을 전혀 알 수 없는 거대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 예산의 문제입니다.
기후라는 돋보기로 본 예산, 그런데 왜 그림자는 보이지 않을까요?
기후와 관련된 예산을 살펴볼 수 있는 도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온실가스인지예산제도가, 서울시에는 기후예산제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제도의 이름이 다르기는 하지만, 서울시 기후예산제는 중앙 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사례이기에 뿌리는 같습니다. 두 제도 모두 중앙과 서울시의 예산이 온실가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한 제도인 것입니다.
서울시의 기후예산제는 총 사업비가 1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사업은 기후예산서로 분석되어 시민에게 공개됩니다. 쉽게 말해 기후예산제는 예산을 기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돋보기인 셈입니다. 어떤 사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어떤 사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지 기후예산제라는 돋보기로 살펴보는 것이죠.
여기까지 듣고 있자면 기후예산제가 아주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달리, 서울시 기후예산제와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예산 사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수치는 공개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작년 서울시에서 진행된 다양한 교통 관련 사업 중 논란이 된 것 중 하나는 ‘한강버스’일 것입니다. 한강버스는 사업 초창기부터 안전성과 경제성, 환경 파괴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2025년 기후예산서에는 한강버스가 감축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255개 사업 중 11위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한강버스가 세간의 오해와 다르게 온실가스 감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후예산서에도 한강버스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 사업인 한강버스가 감축량에서는 1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기후예산서의 세부 내용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기후예산서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리버버스 선박은 하이브리드 선박(디젤+전기)을 도입할 예정으로, 기존 디젤 선박에 비하여 연간 CO2 배출량 52% 절감”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강버스는 온실가스를 감축합니다. 100% 디젤로 운영되는 선박보다는 말입니다.
정확히 이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선착장 등 인프라 건설로 인해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될지, 사업 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간접 배출될지 기후예산제가 공개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기후예산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전체 배출량의 일부, 즉 8척의 하이브리드 선박이 연간 56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5600톤의 온실가스도 결코 작은 양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승용차 한 대가 1km를 주행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138.3g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승용차는 하루 평균 29.8km를 주행하니, 1년으로 따지면 10877km라는 주행거리를 산출해볼 수 있습니다. 이 수치를 곱해보면 승용차 한 대가 1년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약 1.5톤입니다. 즉, 8대의 한강버스는 도로 위 승용차 3700대가 동시에 뿜어내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한강버스 8척이 3700대의 승용차 배출량에 맞먹는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한강버스는 버스처럼 서울 시민의 발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 시민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 1천 10명 중 한강버스를 출퇴근(등하교) 이동수단으로 이용해볼 의사가 있는 사람은 단 62명 뿐이었습니다(서울환경연합 설문조사). “환경친화적 교통체계 구축”이라는 기후예산서 속 한강버스의 기대 효과가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한강버스는 출퇴근 지옥철도, 만원버스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은 비좁은 출근길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죠. 결과적으로 한강버스 사업 추진은 선박 운행만으로도 56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기후 예산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본 결과가 ‘최악보다는 낫다’는 식의 온실가스 감축뿐이라면, 우리는 그 돋보기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내돈내산 기후예산, 배출량 공개로 시작됩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의 관점으로 예산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후예산제와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의 개선을 요구합니다. 그 중 첫 번째 과제는 온실가스 감축량만이 아닌 배출량을 공개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최악보다는 낫다는 변명이 더 이상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결정들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금이 진정으로 우리의 삶과 기후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그린피스의 ‘내돈내산’ 기후예산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