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미션

행동방식

보고서

사람들

앰버서더

인재채용

연락처

자주 하는 질문

재정보고서

최신소식 기후
7분

[내돈내산 기후예산 2] 도로는 늘고, 감축은 ‘가로수’뿐인 기후예산

글: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여기, 반영되지 않는 성적표가 있습니다.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환급액, 받아보셨나요? 몇몇 분들은 추가 징수 대상자가 되어 돈을 오히려 납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말정산 결과를 보며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똑똑한 소비 습관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세금 공제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정산은 1년 동안의 소비를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성적표라 부를 수 있습니다. 성적표를 보고도 소비 패턴을 고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똑같은 고지서를 받게 되겠죠.

지난 2월, 그린피스는 기후라는 돋보기를 통해 예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제도 ‘기후예산제’가 가진 문제점을 여러분께 알려드렸습니다. 기후예산제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량은 말하지 않고, 감축량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쓴소리가 필요한 부분은 비워둔 채 칭찬할 점만 꽉꽉 채워서 낸 성적표는 결과적으로 서울시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 성적표가 다음 해의 계획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말정산을 하고도 소비 습관을 고치지 않는 사람처럼, 기후예산 분석 결과가 실제 예산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산을 분석한 자료가 개선사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반복된 잘못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그대로 지구와 시민이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가로수 심기’, 혹시 변명은 아닌가요?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그린피스가 기후예산서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2024년과 2025년 회계연도 기후예산서에는 예산 액수가 대폭 늘어난 사업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재정구간) 사업입니다. 2024년에는 60억으로 배정된 예산이 25년도에는 350억으로 거의 6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도로망을 구축하는 사업인 만큼, 이 사업은 당연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 방안을 제시하고 있을까요? 친환경 자재나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공법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던 건 아닐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업이 제시하는 유일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가로수를 280그루 심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업만이 아닙니다. 가로수 심기를 유일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24년, 25년에 모두 제시한 사업은 더 많았습니다. 24년과 25년 78억과 103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도시고속도로 연결로 추가설치 사업’의 경우 가로수를 12그루를 심겠다는 것이 유일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월드컵 대교를 건설하는 사업도, 각종 지하차도 건설도, 도로 평탄화 작업도 모두 가로수 심기가 유일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었습니다.

도로 건설 vs 가로수 심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로수를 심는 행위가 무가치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온실가스 감축의 유일한 방안으로 가로수 심기가 제안된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도로 건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에 비해 가로수 심기가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이 너무도 작기 때문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4차선 고속도로 5km 건설시 배출되는 탄소는 10만톤입니다. 서울시가 만약 1년동안 딱 1km의 고속도로만 만든다고 가정해도 2만톤의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지요.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454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자그마치 여의도 면적의 5.2배의 땅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이죠*. 가로수 심기로 배출량을 줄여보겠다는 계획, 혹시 변명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요?

* 1ha(10,000m²)당 3,000그루를 심는다고 가정하였을 때 1,513ha가 필요하고, 여의도는 290ha(2.9km²) 정도이기에 약 5.2배로 추산됩니다. 출처: 산림청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관리지침> 별표 2

기후예산제가 진정으로 예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려면?

사진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홈페이지
사진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홈페이지

서울시 기후예산제 운영에 관한 조례 2조 1항에서는 “기후예산제란 예산과 기금이 투입되는 각종 정책이나 사업(이하 "사업 등"이라 한다)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예산편성에 반영하고 결산 시 적정하게 집행되었는지를 평가ㆍ환류하는 제도를 말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즉, 서울시는 이미 조례를 통해 기후예산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깎거나 늘리는 과정을 밟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그러나 ‘가로수 심기’가 면죄부로 제시되는 현실을 보고있자면 서울시가 정말 기후예산제 분석 결과를 예산에 반영하고 있는지 따져 물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턱없이 미흡한 감축 방안만 설정해도 수백억의 예산 사업이 통과되는 현실은 진정한 의미의 ‘환류*’라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산에서 환류란 정책 평가를 바탕으로 잘못된 예산은 줄이고 더 나은 예산은 늘려서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을 의미함

기후예산제가 제대로 예산 수립과 집행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음의 일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먼저, 고배출 사업에 예산을 배정할 때는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거치도록 하고, 사업에 따른 배출량을 상쇄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사업에도 균형 있게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산 사업을 늘리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온실가스 고배출 사업이더라도 시민 복지와 안전에 필수적인 사업이어서 사업 진행이 불가피하다면 배정 예산의 일부를 온실가스 감축에 쓰도록 강제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입니다. 가로수 심기 외에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 방안이 토론되고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무엇보다, 기후예산제가 실효적인 내용을 담보로 해야한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 같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요식적인 행위가 아닌 최선의 감축 방안을 선택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서울시의 선언이 가로수 뒤편으로 숨지 않기를 바랍니다.

블로그 시리즈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