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해양
9분

남극편지 2. 펭귄은 묻는다. 요즘 날씨가 왜 이러냐고.

글: 그린피스 항해사 김연식
김연식 항해사와 함께 서울에서 남극으로 건너간 두 친구가 있습니다. 펭귄 '타미'와 '똑이'입니다. 지난해 남극엔 아델리펭귄 1만 8천 쌍이 번식한 페트렐 섬 주변에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다시 수평으로 얼어붙었습니다. 먹이를 구하러 가야 하는 거리가 100㎞나 더 멀어진 셈이죠. 어미들이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새끼 펭귄들은 이미 추위와 배고픔에 죽고 두 마리만 살아 있었습니다. 타미와 똑이는 그 두 마리 펭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모든 남극 동물들을 의미합니다.

남극입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아틱 썬라이즈' 호를 타고 왔습니다. 저희는 올해 10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서 웨델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남극해의 해저를 탐사하고, 해양생물을 조사하고, 이 일대를 파괴하는 원인을 찾아 폭로하고 있습니다.

여느 관광객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항해는 아닙니다. 올해로 마흔네 살이 되는 이 낡은 배는 파도에 쉽게 흔들리고 엔진과 환풍기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선원과 활동가 등 서른네 명은 좁은 방 2층 침대에서 배의 무거운 진동을 자장가 삼아 잠듭니다. 3월의 남극은 계절을 바꿔 타느라 분주합니다. 슬금슬금 거친 겨울바람이 불어옵니다.

저야 본래 뱃사람이니 망정이지, 갓 배를 타서 귀밑에 멀미약을 붙이고도 괴로워하는 활동가들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몇 번이고 속을 게워내어 얼굴은 창백하기까지 합니다. 그 꼴로 옹기종기 모여 남극 크릴 어선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저지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마냥 놀러 온 거라면 다들 드러누웠을 겁니다. 꿈과 의지가 있기에 아문센과 스콧, 쉐클턴은 남극으로 향했고, 우리 역시 거친 파도를 견딥니다.

젠투펭귄 서식지인 남극 그리니치 섬의 양키 하버<젠투펭귄 서식지인 남극 그리니치 섬의 양키 하버>

저와 함께 서울에서 온 두 친구가 있습니다. 펭귄 타미와 똑이입니다. 이들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해 남극엔 아델리펭귄 1만 8천 쌍이 번식한 페트렐 섬 주변에 기후변화로 평년보다 100㎞나 큰 얼음 지대가 형성됩니다. 이 때문에 부모 펭귄은 먹이를 구할 바다에 닿기까지 몇 주를 더 걸어 나가야 했습니다. 부모의 성실함은 다리가 짧다고 거리가 멀다고 게을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부모 펭귄들은 위장에 크릴과 물고기 같은 양식을 잔뜩 넣고 몇 주를 더 걸려 돌아왔지만, 프랑스의 한 과학자가 관찰했을 때는 새끼 펭귄들은 이미 추위와 배고픔에 죽고 오직 두 마리만 살아 있었습니다. 타미와 똑이는 그 두 마리 펭귄을 상징합니다.

지난 50년간 펭귄을 관측한 이래 2013년과 2017년 두 번 이런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형상은 남극 전체적으로 얼음의 양이 줄어드는 반면, 페트렐 섬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이 증가해 발생한 것입니다. 과학자 로버트 클라우더(Ropert Coudert)는 2010년에 떨어져 나간 멜츠(Mertz) 빙하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길이 80㎞, 폭 40㎞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250㎞ 떨어진 페트렐 섬의 해류 흐름에 영향을 줬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펭귄 부모는 오늘도 성실하게 걷습니다. 이 성실함이 올해도 죄다 부질없는 일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일을 잊지 않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두 펭귄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타미와 똑이가 그린피스와 함께 남극 보호 운동에 나서는 것이지요. 전 세계에서 모인 배의 활동가들도 두 펭귄의 사연을 듣고는 분연히 힘을 냅니다.

남극 오른 하버에 둥지를 튼 턱끈펭귄<남극 오른 하버에 둥지를 튼 턱끈펭귄>

타미와 똑이의 사연처럼 남극은 지금 아픕니다. 과학자들은 남극과 북극을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지표라고 합니다. 과거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 새와 함께 들어간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새가 지저귀다 멈추면 광부들은 서둘러 갱에서 탈출했죠. 극지방은 카나리아 새처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로 지난 50년 사이 남극반도의 기온은 2.5°C가 올랐습니다. 지구 전체가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전보다 1.1°C 상승한 것에 비하면 큰 변화입니다.

2.5°C라고 하면 피부에 와 닿지 않죠? 지난 16년간 미국 팔머 기지에서 일한 맥클린톡(Dr. James McClintock) 박사가 최근 한 신문에 말한 내용을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기지 뒤편에 있는 빙하에서 일주일에 한 번쯤 빙하가 잘려나가며 굉음을 냈다. 그럴 때마다 대원들은 지진이 난 줄 알고 야단법석이었다. 요즘은 매일 빙하가 무너진다. 올해 기지에 도착하니 동료 하나가 말하길 도착 전날 종일 빙하가 무너져 내렸단다. 최근 눈 대신 비가 관측되기 시작했고, 기지 주변에 이끼류와 풀이 광범위하게 번식하고 있다. 이제 이곳이 남극인지 모르겠다."

남극 디스커버리 만에서 자라난 이끼<남극 디스커버리 만에서 자라난 이끼>

어쩌면 이미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남극반도 서부에 있는 빙하의 87%가 50년 전보다 깎여 내렸고, 이 추세는 최근 12년 사이 급격해졌다고 합니다. 이런 속도면 금세기 중반에 남극반도의 빙하 9할이 사라진다고 하네요. 일단 과학자들은 최근 기온이 상승한 서남극 반도 아문센해의 드와이츠(Thwaites) 빙하를 걱정합니다. 면적이 18만 2천㎢에 달하는 이 빙하 하나가 떨어져 나올 경우 전 세계 바닷물의 높이가 1.2m 오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차고 넘칩니다. 지구 해수면의 높이는 1961∼2003년에 연간 2㎜의 속도로 상승했고, 1993∼ 2003년에는 연간 3㎜ 이상의 속도로 높아짐, 영구동토층 기온이 평균 상승했고, 계절적 동토 지역은 최근 50년 동안 약 7% 감소했음, 20세기 평균 해수면은 연간 1.7 mm씩 상승했고, 1993년 이후 연평균 3.2mm 상승해 그 속도가 빨라짐.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금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3.7℃, 해수면은 63㎝ 상승할 것으로 전망함.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숫자는 가슴에 다가오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이로 인해 타미와 똑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펭귄과 다른 생명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남극 호프만의 혹등고래<남극 호프만의 혹등고래>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창밖 바다를 봅니다. 오늘도 여기 남극의 하루는 바쁩니다. 바다는 생명의 아우성으로 가득합니다. 혹등고래가 사방에서 몸을 뒤집으며 크릴을 먹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늘에서는 바다제비와 갈매기가 주변에 몰려와 사냥 기회를 엿봅니다. 뭍에서는 펭귄들이 털갈이에 한창입니다. 시작이 늦은 녀석은 부지런히 늦은 사냥으로 배를 불립니다.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먼 길을 오르는 펭귄 모습에서 부모의 성실함을, 생명의 경이를 발견합니다. 오늘도 펭귄은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하지만 이게 죄다 부질없는 일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난해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는 동남극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어업으로 이득을 얻는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그린피스는 올해에는 같은 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타미와 똑이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죠.

우리나라는 노르웨이에 이어 남극에서 세 번째로 어획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남극해를 보호하는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목소리를 보태 주세요. 서명으로 동참할 수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남극 동물을 상징하는 펭귄 인형과 함께 남극으로 출발하는 김연식 항해사<위기에 빠진 남극 동물을 상징하는 펭귄 인형과 함께 남극으로 출발하는 김연식 항해사>

글: 그린피스 항해사 김연식

서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