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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구역으로 바다를 지킨 4가지 이야기

해양보호구역 지정한다고 정말 바다를 지킬 수 있을까?

글: 윌리 맥킨지(Willie Mackenzie), 그린피스 영국사무소 캠페이너
숲, 호수, 공원, 습지 등 아름답고 가치있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우린 ‘보호구역'을 지정합니다. 각종 개발과 관광, 자연 착취로부터 이 곳을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드넓은 바다 중 보호되고 있는 지역이 단 4%에 그친다는 건 정말 안타깝고 또 놀라운 일입니다.

바다는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육지와는 달리 국경도 없죠. 물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은 전 세계 바다를 자유롭게 오갑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의문을 품습니다.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한다고 과연 우리 모두의 바다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근거가 뭐냐고요? 여기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네 곳의 해양보호구역 이야기가 있습니다.

1 –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몬터레이만은 넘치는 야생동물들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어업과 사냥으로 여러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고 말았죠. 이에 미국 정부는 1992년, 이곳을 국립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합니다. 그러자 바다와 야생동물이 놀라운 속도로 회복됐습니다. 지금 몬터레이만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바다에는 장난꾸러기 바다사자와 위풍당당 펠리컨, 깜찍한 해달 등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아, 몬터레이만은 세계적인 고래 관광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는 혹등고래부터 지구상 가장 큰 동물로 알려진 대왕고래까지, 먹이가 풍부한 몬테레이만에 들려 쉬어가기 때문입니다. 인기가 높은 생태관광과 야생동물 관찰은 이 특별한 장소를 보호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됐죠.

2- 미국 하와이의 파파하노모쿠아키아 해양국립기념물

푸른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이 거대 해양보호구역은 150만㎢에 달합니다. 한국의 면적이 약 10만㎢라고 하니 얼마나 큰지 실감이 가나요? 2006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처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크게 확장됐습니다. 해양 보호를 위한 두 지도자의 환상적인 리더십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지정 당시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큰 해양보호구역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7천여 종의 해양생물이 여기서 살아가는데, 그중 25%가 하와이 군도에서만 볼 수 있는 종입니다. 이 해양보호구역은 멸종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위험에 처한 오리,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한 하와이 몽크 바다표범, 수백만 마리의 바닷새, 그리고 산호초의 소중한 은신처입니다. 동시에 하와이 원주민의 중요한 문화 유적지이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격전지로 유명한 미드웨이 환초도 이 보호구역 안에 있습니다. 미드웨이 환초는 바다 위의 방랑자 알바트로스 수천 마리가 둥지를 짓는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죠.

3 – 스코틀랜드 람라쉬만

람라쉬 만 (Photograph by Mike Peel)

람라쉬 만 (Photograph by Mike Peel)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죠? 람라쉬만의 규모는 2.6㎢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의도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죠. 하지만 이곳이 지닌 가치의 크기는 훨씬 큽니다. 람라쉬만 보호구역은 지역 공동체가 수년간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지정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람라쉬만에는 다양한 해저 동식물이 서식합니다. 이 동식물은 람라쉬만에서 자라는 특별한 해조류, ‘마엘(maerl)’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람라쉬만이 있는 스코틀랜드 아란 섬의 주민들은 마엘 군락과 그곳에 서식하는 문어, 가리비, 물고기 같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어구(고기잡이에 쓰이는 여러 도구)가 이들이 살아가는 서식지를 쓸고 지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과학적 조사를 거듭하고, 정치인들을 설득했죠.

그뿐만 아니라 아란 섬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기득권에 맞서 싸웠습니다. 아란섬 주민들의 풀뿌리 캠페인은 다른 지역 공동체와 정치인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죠.

4 – 남극 로스해

남극 로스해의 빙하

남극 로스해의 빙하

남극 바다의 일부인 로스해에는 범고래, 펭귄, 바다표범 같은 생물이 살아갑니다. 이곳은 2017년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남극 야생동물의 안식처가 됐죠.

남극해는 인간 활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원시적이고 고유한 생태계를 간직한 곳입니다. 특히 로스해는 남극해에서도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이죠. 그런데 기후변화와 어업 등 인간 활동으로 이곳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우리 모두의 바다를 지키는 일이 시급했죠.

물론 이곳에서 조업을 벌이는 국가들의 반대로 보호구역 지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와 시민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 등이 수년간 노력한 끝에 마침내 2017년 로스해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죠. 이제 로스해에 살아가는 남극 야생동물은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번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전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들 보호구역의 성공담은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양보호구역은 전 세계 바다의 4%에 그쳐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다를 지키기 위한 담대한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계획은 놀랍도록 간단합니다. 바로 지구를 해양보호구역으로 뒤덮어버리자는 겁니다. 바다 면적의 3분의 1에서 어업, 채굴, 시추 등 파괴적인 산업을 금지하자는 거죠.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수백만 ㎢의 보호구역이 새로 지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보전 노력 중 하나로 기록되겠죠.

유엔에서 ‘세계 해양조약’을 체결하려는 각국의 노력도 시작됐습니다. 제대로 된 조약이 마련된다면, 우리가 새로운 해양보호구역을 만드는 법적 토대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 우리는 이 일이 일어나도록 총력을 다할 겁니다. 강력한 해양조약을 요구하는 전 세계인의 뜻을 모아 ‘해양보호(Protect the Oceans)’ 캠페인을 새로 시작합니다.

지금 함께 바다를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