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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전 캠페이너 ‘리차드'의 바다 보호 이야기

글: 현지원 커뮤니케이션 담당
리차드 페이지(Richard Page)는 환경을 보전하고 동물을 살리는 데 그의 일생을 바쳤다. 20년간 그린피스에서 해양 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을 했으며, 특히 그린피스에서의 마지막 10년은 해양보호구역을 만드는 캠페인을 이끌었다. 지금도 그는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바다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다음은 리차드 페이지와의 인터뷰 전문.

Q. 그린피스에서 20년간 일했던 ‘전’ 캠페이너라고 들었다. 어떤 일을 했었는가

22년간 그린피스에서 있었다. 처음엔 고래잡이 반대 집회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그게 1970년대였다. 이후 정식으로 그린피스 캠페이너가 되었다. 당시 했던 ‘해양 생태계’ 캠페인은 지중해에서 사용되는 거대한 유망(drift net)을 막는 것이었다. ‘죽음의 벽'이라고도 불리웠던 이 유망은 거북이, 상어, 고래 등을 무차별적으로 망 안에 가두어 죽음으로 이르게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을 통해 유엔(UN)은 유망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양 캠페인 역사상 가장 큰 승리로 기억하고 있다.

이후에는 포경을 멈추기 위한 캠페인을 수년간 진행했다. 캠페인을 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도 이 때 있다. 1999년, 우린 노르웨이의 포경선을 막기 위해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포경선과 밍크고래 사이에서 고래가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길을 터주었었다. 그린피스 하면 떠오르는 가장 고전적인 그린피스 스타일의 비폭력직접행동(Non-violent Direct Action)이었다.

2004년부터 2015년, 그린피스를 떠나기 전까지는 해양보호구역을 만들어 해양 동물이 어업과 채굴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번영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고래를 잡아올리는 포경선 앞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다.
Inflatables from the Greenpeace ship MY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고래를 잡아올리는 포경선 앞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다.

Q. 해양보호구역 캠페인을 정말 오래한 것 같다.

어떤 것을 하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실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 걸리기도 한다. 정부가 그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


바다는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해를 끼쳤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Q.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반도이지만, 해양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진 않은 것 같다.

사실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그렇다. 바다는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무한하고 광대한...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해를 끼쳤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기준점 변환 신드롬(Shifting Baseline Syndrome)’이라는 현상이 있다. 과학자들이 바다의 상태를 측정할 때, 이전 세대에 어떠했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세대의 현상을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어떤 바다의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세대마다 달라지게 된다. 문제는 이 ‘기준점' 바뀐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면서 점점 더 많은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가 해야할 일은 바다가 가진 아름다움과 신비뿐 아니라, 어떻게 바다가 파괴되고 해양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세상에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신경 쓰게 해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존재해왔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서야 언론과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해양보호의 중요성도 플라스틱 문제처럼 결국 그 중요성이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에 플라스틱 비닐을 뒤집어 쓴 거북이
머리에 플라스틱 비닐을 뒤집어 쓴 거북이

Q. 그린피스를 비롯한 세계 여러 단체 및 기관에서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 30% 지정'을 이야기한다. 이것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

전체 바다의 30%를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된다는 주장이다. 순수하게 과학에 근거하고 있는 내용이다. 2016년, 그린피스의 ‘30X30’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베단 오리어리(Bethan O'Leary) 박사와 칼럼 로버츠(Callum Roberts) 교수는 100개 이상의 기존 문헌을 분석해 ‘30% 해양보호구역'이라는 수치를 도출했다.  이는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고 인류가 바다로부터 얻어오던 혜택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라고 보면 된다.

8월 27일 열린 해양보호구역 워크샵에서 리차드 페이지가 그린피스 보고서 “30X30: 해양보호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Bob Zuur)
8월 27일 열린 해양보호구역 워크샵에서 리차드 페이지가 그린피스 보고서 “30X30: 해양보호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Bob Zuur)

Q. 이번에 초청받은 워크샵에서 발표했던 내용 또한 “30X30: 해양보호를 위한 청사진” 보고서가 주였다고 들었다. 보고서는 어떤 내용인가? 간략하게 말해달라.

보고서는 총 3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가 바로 ‘공해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공해는 인류에게 필수적인 식량을 제공하고, 또 탄소를 흡수해 지구 기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파트는 ‘바다를 위협하는 것들’에 대해 다룬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다 산성화, 새롭게 증가하는 심해 채굴,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해양 보호 조치들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은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이야기한다. 과학과 기술을 결합해 공해에 거대한 해양보호구역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최신의 연구들을 통해 30%의 보호구역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다룬다.

Q.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 이외에 바다를 보호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해양보호구역,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의 해양보호구역(어업과 개발 등의 인간활동이 일체 금지된 구역을 가리킴)은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tool)’이다.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은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이 다시 개체수를 회복하고, 생태계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데 효과적이다.


해양보호구역은 어장이 붕괴되었을 때
수산업계가 의지할 수 있는 ‘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Q.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되면 원양업계가 발달된 한국과 같은 나라에 안좋은 일이 아닌가?

보호구역은 수산업계에도 도움이 된다. 만약 기존의 어장이 과도한 어업으로 붕괴되었을 때, 해양보호구역은 수산업계가 의지할 수 있는‘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수산업계에서 보호구역의 가치에 대해 크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수산물의 관리와 해양보호구역이 함께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잡힌 물고기를 어망에서 배로 옮기는 모습
잡힌 물고기를 어망에서 배로 옮기는 모습

Q.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원양강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해양국가다. 한국의 역할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양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자손과 그 자손의 자손까지 생각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만약 지금 과도하게 물고기를 잡는다면, 나중엔 산업이 사라질 것이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추구하면서,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양보호 이슈를 다뤄야 한다.

Q. 유엔 해양조약은 정부간 회의다. 여기서 시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와 정치인들은 시민의 표에 신경쓴다. 만약 시민이 이야기하면, 정치인들은 듣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목소리를 내서 우리가 원하는 해양보호가 정부에게까지 들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들에게 바다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아이들 책에서 점점 자연과 관련된 어휘들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영국 내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다시 자연과 연관된 단어들을 책에 넣을 수 있었다. 자연을 보호하려면 현재를 책임지는 어른들만큼이나 우리 아이들 또한 와이파이나 왓츠앱(메신저 앱)보다 자연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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