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LNG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를 선택해야 하는 8가지 이유
정부가 대한민국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LNG 발전은 정말 우리 경제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요?
지난 7월 16일, 그린피스와 450명의 시민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LNG 발전사업 허가를 취소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원 대체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LNG 발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대안에 대해 1문1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1부] LNG 발전의 숨겨진 문제들
LNG는 화석연료 중 가장 친환경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LNG는 ‘숨겨진 온실가스’인 메탄을 다량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합니다.
LNG(액화천연가스)는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급속으로 냉각해 액체로 만든 천연가스를 말합니다. ‘천연’이라는 단어 때문에 LNG를 청정에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LNG는 채굴, 정제, 액화, 수송, 기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0배 넘게 더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킵니다. 전 과정을 고려하면 석탄 발전만큼이나 기후에 위협적입니다.
LNG 발전소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특히 발전소를 껐다가 다시 켤 때 다량의 유해물질이 배출됩니다.
LNG 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가동되는 ‘첨두부하’(尖頭負荷) 발전원’으로 가동과 중지를 수시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2020년 감사원의 분석 결과, LNG 발전소는 가동 초기 약 5시간과 가동 중지 후 2시간 동안 불완전 연소로 인해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등 대기오염물질을 정상 가동 때보다 수 배에서 최대 수백배까지 더 많이 배출합니다. 이러한 인근 대기질 및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정부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아래 그래프와 같이 국내 4개의 LNG 발전소에서 가동 초기에 최대 26~132ppm의 질소산화물, 최대 1,915~3,960ppm의 일산화탄소, 최대 1,740~6,690ppm의 총탄화수소가 검출되는 등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어 발전소 인근 지역의 대기질에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0년 1월 1일 이후 설치된 LNG 발전소는 질소산화물(NOx)을 10ppm 이하로 배출해야 하며, 일산화탄소와 총탄화수소는 규제되고 있지 않습니다. 시간당 소각용량 2톤 미만 소각시설의 일산화탄소 배출 허용기준이 200ppm, 총탄화수소는 도장시설 등의 배출허용기준이 40~200ppm이며 이는 LNG 발전소 가동 초기 배출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요즘에는 기술 발전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나요?
관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시설이 현대화 되었더라도 총탄화수소(THC), 일산화탄소(CO)의 LNG 발전소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이 현재 없기 때문에 이러한 대기오염물질은 여전히 법의 감시에서 자유로운 상황입니다. 한편, 규제 대상인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 촉매 환원 시설(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CR)을 설치고 있으나, 가동초기에는 배기가스가 온도가 낮아 환원 효과는 미미합니다.
저감 시설의 촉매 효능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의 암모니아를 투입하거나, LNG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노란 연기를 줄이기 위한 에탄올 분사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배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는데요.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LNG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가 법적 기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 측정 및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경북 구미 LNG 발전소, 충남 내포신도시 LNG 열병합 발전소, 안동 복합화력발전소 1호기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서 포름알데히드의 위해도가 기준치를 초과했거나 초과 예측되었습니다.
한국 수도권대기환경청은 LNG 발전소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감시하고 있으며, 기준을 초과할 때 벌금을 부과합니다. 그러나 2023년 11월 기준으로, 인천 지역 5곳의 LNG 발전소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량은 6,519.2톤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초과부과금 40억 원이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2부] 현실적인 대안, 재생에너지
용인 국가산단에 LNG 발전소 말고 다른 대안이 정말 있나요?
네, 인근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2025년 5월, 기후솔루션과 함께 전문 데이터 모델링 분석 기관인 플랜잇(PLANiT)에 의뢰하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생에너지로 경쟁력을 높이다’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용인 산단 반경 25km 이내 태양광 발전 잠재량은 66GW, 인천 및 충남 지역 20km 이내 해상풍력 잠재량은 11GW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3GW 규모의 신규 LNG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도 인근의 태양광과 해상풍력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용인 국가산단에 입주하는 삼성전자에는 현재 정부가 계획 중인 신규 LNG 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것보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이하 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통한 전력을 조달하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상세한 분석은 이 블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태양광 발전 설비는 어디에 설치하나요? 용인 근처에 할 수 있나요?
위의 연구에서 언급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산단 인근의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도입하게 되면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전력을 생산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농경지 약 5%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을 때 전 국민 약 90%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 제도는 좀 더 법의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이 영농형 태양광을 지원할 목적으로 햇빛연금 제도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농촌 인구 소멸을 막고, 지역 주민의 지속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가요?
네 24시간 공급이 가능합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를 통해 낮에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밤이나 흐린 날 등 필요할 때 공급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미래에너지공사에서는 24시간 연속 전력 공급이 가능한 대규모 태양광+배터리(ESS) 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5.2GW 태양광과 19GWh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결합해 매일 최대 1GW의 기저부하 전력을 2027년부터 공급할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대규모 도입을 시작하면서 국내에 2038년까지 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배터리 ESS 시장이 열리게 되었는데요, 전력 공급을 통제하는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ESS 설비가 전국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더불어 한국 정부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로 100% 가동되는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국내외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풍력 발전은 소음이 있나요? 태양광 발전 패널도 눈부심이나 전자파를 발생시킬 수 있나요?
풍력 발전기에서는 낮은 음으로 들리는 저주파 소음(주파수 20∼100Hz)은 날개 회전수와 여러 간섭 현상 때문에 발생합니다. 미국 청정 전력 협회에 따르면, 풍력발전기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행된 수백 건의 과학 연구들은 풍력발전기 및 관련 인프라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약영향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환경부는 ‘저주파 소음 관리 가이드라인’(2018년)을 정해두고 소음을 관리하고 있으며, 피해 예방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육상 풍력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풍력 발전기는 풍속이 낮을 때는 발전기를 멈추고 저속으로 운영하고, 블레이드 설계와 소재를 개선하여 풍력 발전기 소음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양광 패널의 전자파는 노트북, 헤어드라이어, 선풍기보다도 낮은 세기입니다. 태양광 발전소의 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해 주는 ‘인버터’라는 전력변환장치 주변에서 아주 극소량의 전자파가 발생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가전기기 전자파 세기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태양광 설비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건물이나 비닐하우스 등 생활 시설물에서도 태양 빛에 의한 반사는 존재합니다. 오히려 태양광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빛 반사율을 낮추고 흡수율을 높여야 하므로 일반 건물 외벽의 유리보다 빛 반사율이 낮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오해에 대해선 다음 링크를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단지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는데, LNG 발전 계획 취소로 지역주민이 피해받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LNG 발전소가 삼성전자와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국가산업단지의 주요 입주기업인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업체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반도체’가 필수적입니다. LNG 중심 전력공급은 탄소 배출이 높아 RE100 기준과 글로벌 녹색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출 중심 기업의 신뢰도와 수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발전소 건설 기간 측면에서도 태양광이 LNG보다 유리합니다. 대규모 LNG 발전소는 발전사업 허가부터 기본설계 계약,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등의 과정으로 최소 5년에서 7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태양광은 설치 기간이 짧고, 단계적인 증설도 쉽습니다. 더불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 지역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산단을 일부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접근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LNG 수입은 국내 전력 거래 가격을 상승시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심화와 전기 요금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세계적인 추세인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LNG 발전 설비 투자는 미래의 짐이 될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실현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대한민국 위기를 해결하는 전환점으로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