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미션

행동방식

보고서

사람들

앰버서더

인재채용

연락처

자주 하는 질문

재정보고서

최신소식 일반
9분

[‘에너지 대전환’ 계획 평가] 석탄과 가스를 넘어, 위기를 전환의 출발점으로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2026년 4월 6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안보자원화’라는 명목으로 석탄발전 21기를 살려두겠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용인과 여수의 산업단지에서는 대규모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진짜 대전환일까요? 다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구조적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단기·중기·장기별로 짚어봤습니다.

반복되는 위기가 드러낸 구조적 취약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와 LNG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싱크탱크 Zero Carbon Analytics 분석에 따르면, 그 흐름이 막혔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한국은 일본(87%)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한국의 1차 에너지 수요 중 81%가 화석연료 수입으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취약성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6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이 중 10조 원이 고유가 부담 완화에 직접 투입됩니다.

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데, 유가는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대에서 현재 110달러 대로 오른 상태이며, 이란의 해협 봉쇄 등을 통해 고유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 때도 같았습니다. 유가 상승 여파로 2022년 전력도매가격(SMP)이 kWh당 196원까지 치솟는 동안 한전의 평균 판매단가는 120원에 묶였고, 그 해에만 약 33조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현재 한전 부채는 206조원이며, 가스공사 역시 민수용 미수금이 약 14조원에 이릅니다.

그때 정부와 업계는 ‘에너지 안보’를 명목으로 이미 이용률이 저조한 터미널을 두고도 11조원 규모의 신규 터미널 건설을 추진하면서 화석연료 의존을 더 깊게 파는 것으로 위기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형태가 달라졌습니다. ‘터미널을 짓자’ 대신 ‘미국산 LNG를 더 사자, 루이지애나 주 LNG 수출 터미널 프로젝트에 참여하자’는 논리가 등장했습니다. 중동 의존에서 미국 의존으로 대상만 바뀐 것입니다. 화석연료 의존의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공급선을 미국이나 호주로 바꾸면 물리적 단절은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LNG 가격은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수입선을 미국이나 호주로 바꾸더라도 국제 가격 충격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 수입되는 화석연료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규탄하며 벨기에 LNG 터미널 앞에서 진행된 비폭력직접행동 (2025년 10월)
러시아와 미국에서 수입되는 화석연료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규탄하며 벨기에 LNG 터미널 앞에서 진행된 비폭력직접행동 (2025년 10월) © Eric De Mildt / Greenpeace

단기 과제: 위기 대응과 기후 목표의 균형

① 석탄발전 상한제 완화는 한시적 조치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원유 관련 자원안보위기 경보에 따라 석탄발전 운전 제약(80%)을 완화하고, 올해 6월 예정된 석탄발전소 3기(하동 1호기, 보령 5호기, 태안 2호기)의 폐쇄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위기 대응을 위한 한시적 조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탈석탄 일정의 사실상 폐기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유럽의 선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3년 런던정경대 로버트 팔크너 국제관계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러·우 전쟁 직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수명을 연장했지만, 그 용량 대부분은 사용되지 않았고 석탄 발전은 2022년 연말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비상 조치는 비상 조치답게, 명확한 종료 시점과 함께 설정돼야 합니다. COP30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탈석탄 약속이 비상 조치라는 이름으로 후퇴해서는 안 됩니다.

② 위기가 LNG 인프라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위기를 두고,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시장에 있어 최선의 시나리오조차 재앙적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고유가는 이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란이 해협 봉쇄를 해제하더라도 전 세계 석유·가스 시장은 수개월간 공급 부족 상태가 유지되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카타르에너지의 불가항력 선언은 LNG 장기 계약과 인프라 투자가 극단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많은 터미널, 더 많은 장기계약은 좌초자산 위험을 키우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에 투입돼야 할 자본을 막습니다. 러·우 전쟁 직후 독일 정부는 FSRU(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 선박을 긴급 임차해 빌헬름스하펜, 브룬스뷔텔, 루브민, 뮤크란 4곳에 LNG 터미널을 속속 가동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이 터미널들의 평균 이용률은 38%(EU 평균 이용률 52%)에 불과했고, 실제 독일 가스 공급에서 차지한 비중은 8%에 그쳤습니다. 이후 독일은 손실 보전을 위해 40억 유로(약 6조 원)의 국가 보조금을 승인합니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과잉 설비', ‘좌초자산 리스크’라고 경고했지만 위기의 공포가 그 경고를 덮은 결과입니다. 한국 역시 위기를 빌미로 LNG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향을 정책이 이뤄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가스는 그린워싱이다’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대형 열기구를 활용해 전 세계 최대규모의 가스 컨퍼런스 행사장 앞에서 진행된 비폭력직접행동 (2022년 5월)
‘가스는 그린워싱이다’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대형 열기구를 활용해 전 세계 최대규모의 가스 컨퍼런스 행사장 앞에서 진행된 비폭력직접행동 (2022년 5월) © Greenpeace / Lorenzo Moscia

중기 과제: 12차 전기본, 전환의 방향을 결정할 기회

유럽은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EU는 에너지 수요 감축, 공급 다변화, 재생에너지 가속 투자를 동시에 추진했고, 탈탄소화가 결국 최선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습니다. 한국도 지금 같은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2026년 4월 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의 근본 개념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다행히 석탄발전 전면 폐지 목표 유지, LNG 발전 장기적 퇴출, LNG 중심 지역난방을 히트펌프 등 재생열 중심으로 전환 등의 계획이 포함돼 있습니다. 방향은 맞지만 일부 중대한 허점이 발견됩니다.

① 완전한 탈석탄 시점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2040년 석탄 발전 폐지 원칙을 유지한다면서도 실제로 ‘안보자원화’라는 명분으로 21곳을 비상 전원으로 남기면서 가동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번 위기처럼 언제든 유예될 수 있는 계획은 탈석탄 선언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CCUS를 활용하는 ‘조건부 스탠바이’ 상태 유지는 완전한 퇴출이 아니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량요금(CP) 지급은 사실상 화석연료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연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 완전 퇴출의 법적 시한이 명시돼야 합니다.

② LNG 이용률 하락이 아닌 설비 퇴출이 핵심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 기업 빈그룹은 베트남 최대 규모의 LNG 발전소 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추진할 방침임을 베트남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LNG 가격이 중동 전쟁으로 급등하면서 수입 의존형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빈그룹은 해당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LNG 500만 톤이 필요하고, 수입 비용만 연간 35억~38억 달러에 달해 외환에 심각한 압박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록 김성환 장관은 에너지 대전환 선언에서 ‘LNG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전체 발전량 중 LNG 발전 비중이 줄어든다는 의미일 뿐, 실질적으로 절대적인 설비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이 존재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1차 전기본에서 2023년 약 43.2GW의 LNG 발전 설비 규모를 2038년까지 26GW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정작 12차 전기본에서도 LNG 설비용량 감소 없이 단순히 이용률만 낮추겠다는 한다면, 11차 전기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베트남의 사례와 같이, LNG 발전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대체 물량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직접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가 석탄을 줄인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 그 자리를 또다른 화석연료인 LNG로 챙우는 것은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화석연료 ‘갈아타기’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여수 석유화학 국가산단에 LNG 발전소를 각각 6기씩 설치하는 계획이 여전히 중단되지 않고 추진 중입니다. 진정한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는 이러한 대규모 LNG 발전 건설 계획은 전면 중단해야 합니다.

장기 과제: 가스 의존도 축소를 위한 단계적 경로 설계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LNG 발전은 점점 더 비효율적인 자산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짓는 LNG 발전소는 20~30년 뒤 반드시 좌초자산이 됩니다. 이미 탈석탄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소 자산 정리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LNG는 그 다음 차례입니다. 정부는 12차 전기본과 이후 계획에서 신규 LNG 제한을 넘어, 기존 LNG 설비의 단계적 축소 경로와 시한을 포함해야 합니다.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만으로도, 같은 해 호르무즈를 통과한 LNG 전량(8,200만 톤)이 생산했을 전력량(600TWh)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스가 더 이상 ‘브릿지 연료’로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아님을 입증한 것입니다. 한국도 LNG 발전소 건설 비용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프라 구축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합니다. 화석연료 수입에 쓰이는 막대한 외화를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재투자함으로써 에너지 안보와 경제 선순환을 동시에 달성해야 합니다.

현재의 전력시장은 발전기를 돌리지 않아도 건설비와 유지비를 보전해 주는 ‘용량요금(CP)’ 제도를 통해 가스발전소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LNG 발전소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는 숨겨진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LNG 발전에 대한 용량요금을 폐지하여 시장 퇴출을 유도하고, 그 재원을 유연성 자원 확충에 투입해야 합니다.

결론: 위기 관리에서 구조적 전환으로

화석연료 충격을 막는 데 써야 할 수십조 원의 예산이 오히려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구조적인 전환을 하지 않으면, 다음 위기 때 또 수십조 원이 같은 방식으로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다음 위기가 오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석탄발전을 완전히 퇴출하고 LNG 발전 역시 신규 건설을 추진하지 않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정부에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요구해 주세요.

LNG 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하기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