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지 불평등] 서초구와 동대문구의 녹지 15배 차이, 여름 온도를 바꿨다
집 근처에 녹지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을 만끽할 장소가 없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5월부터 30도가 넘고, 매해 여름마다 온열질환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대도시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의 주변이 새까만 콘크리트로만 덮여있는지, 아니면 푸른 녹지를 갖추고 있는지는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녹지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녹지, 새로운 불평등의 척도
그린피스는 이 문제를 더욱 깊이 있게 살펴보기 위해 ‘서울 녹지 소외 및 불평등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서울 시민이 평등하게 녹지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더 섬세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위성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살펴본 결과 우리는 지역별 심한 편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녹지 면적이 작은 동대문구는 1인당 1평의 녹지만 가졌지만, 가장 녹지 면적이 넓은 서초구는 1인당 15평의 녹지를 가졌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여유롭게 녹지를 누릴 수 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입니다. 이 사실은 시민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다수 연구에 따르면 도심 녹지는 인근 100~300m 거리의 기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지표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녹지 면적이 1㎢ 증가할 때마다 지표면 온도가 약 0.23~0.25°C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구름이 끼지 않아 지표면 온도 측정이 용이한 2024년도 6월 18일과 8월 29일 기준 온도
그럼 녹지가 부족한 지역과 녹지가 풍부한 지역의 실제 지표면 온도는 어땠을까요? 동대문구는 6월 18일과 8월 29일 각각 지표면 온도 43.0°C, 42.7°C를 기록하며 서울시에서 가장 높았고, 녹지 면적이 가장 큰 서초구의 온도는 37.8°C, 38.1°C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결국, 동대문구에 사는 시민은 더 더운 여름을, 서초구에 사는 시민은 조금 더 시원한 여름을 나고 있는 셈입니다.

녹지가 만드는 시원한 여름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외에도 더 많습니다. 집 주변 300m 내 녹지가 없는 서울 시민은 약 24만 5000명에 달했습니다. 100m로 가정할 때 집 주변에 녹지가 없는 서울 시민은 420만 명으로, 전체 서울 시민의 40%가 넘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걸어서 숲과 공원, 산이나 자연이 잘 조성된 하천 근처 등 녹지까지 가는 게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녹지 불평등으로 인해 조금 더 더운 여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소득과 녹지의 이중 소외, 이제는 정책이 응답할 차례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녹지가 부족하면서 월평균 소득도 낮아 특히 폭염에 취약한 지역이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서울 내 녹지가 가장 적은 동대문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은 하위 19위 수준이고, 1인당 녹지 면적이 서울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인 구로구(9.09㎡)의 소득은 하위 18위 수준이었습니다. 정반대로, 녹지가 풍부하고 월평균 소득도 높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일례로 전체 녹지 면적과 1인당 녹지 면적 모두 상위를 기록한 서초구의 소득 수준은 서울시 내 2위였습니다.
| 서울시 자치구(괄호 안은 순위) | 지표면 온도 | 1인당 녹지 면적 | 월평균 소득 |
|---|---|---|---|
| 서초구 | 낮음(23위) | 많음(2위) | 높음(1위) |
| 구로구 | 높음(3위) | 적음(19위) | 낮음(18위) |
| 동대문구 | 높음(1위) | 적음(25위) | 낮음(19위) |
소득이 낮고 녹지가 부족한 지역은 폭염 피해에 더 취약합니다. 저소득층은 건강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고,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노후 주택은 단열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녹지까지 부족하다면 도시의 열을 자연적으로 낮출 수단까지 부족한 셈입니다. 녹지가 부족하고 소득이 낮은 지역을 취약 지역으로 고려하여 먼저 살피는 정책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더 나아가, 지금의 녹지가 모든 시민이 접근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규모의 화려한 랜드마크형 공원만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보행로와 자투리 땅에 자연 공원을 조성하는 등, 더 많은 시민이 접근 가능한 형태의 녹지 확대 전략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서울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아닌 리틀 포레스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 집 근처에 녹지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 녹지 불평등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덜 더운 여름, 그리고 폭염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우리 모두의 권리여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