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임도법, 토목 사업 잔치 되지 않게 즉각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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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산림청 질타하면서도 임도법 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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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가 평가기관 선택하는 '셀프 평가' 구조… 산림청 견제 기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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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단체 “산불도 산사태도 못 막는 임도법, 정부는 즉각 개정 위한 공론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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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와 약속한 KMGBF 육상 30% 보호 약속에도 어긋나
(2026년 5월 7일) 시민사회의 거듭된 우려에도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재가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산림 사업의 부실 업체·페이퍼컴퍼니 입찰 등 구조적 부정비리를 장기간 방치한 산림청을 강하게 질타했으나, 임도 사업에 대한 산림청의 단독 권한을 더 강화하는 임도법이 통과되었다.
그간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를 비롯하여 산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활동해온 전국의 시민환경단체와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임도법의 위험성을 알려왔다. ▲산불 대응 명분의 과학적 근거 부족, ▲보호지역 무력화,▲산림 보호 체계 우회, ▲사회적 공론화 없는 일방 처리 등의 우려다.
임도법은 ‘임업 진흥’과 ‘산불 등 산림재난 대응’을 목적으로 표방하지만 정부와 산림청은 두 목적이 임도법을 통해 어떻게 달성되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임업 진흥을 표방한다면 그에 따른 효과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59조 원에 달하며, 그중 온실가스 흡수·저장 기능이 가장 큰 비중(37.8%)을 차지한다.따라서 임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 공익적 가치가 훼손된다면 전체 공익은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와 산림청은 임도 확대가 가져올 임업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자료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임도법이 규정한 타당성평가는 사업자가 평가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객관적 검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산림청의 구조적 문제가 6일 국무회의에서 지적된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셀프 평가 구조는 더욱 우려스럽다.
산림재난 대응 또한 마찬가지다. 산불진화 주관기관은 산림청이지만 재난 총괄은 행정안전부, 6개 부처가 유관기관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임도법은 행정안전부·소방청 등 재난 대응 주축 부처와의 협업 매뉴얼 없이 산림청 단독 권한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과됐다.
기후위기 시대 숲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림은 매년 새롭게 흡수하는 탄소만이 아니라,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줄기와 뿌리, 토양에 누적된 막대한 탄소 자산이기도 하다.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노령림은 흡수 속도가 느려질지언정 일관되게 탄소를 축적하며, 한 번 벌채되면 토양 탄소까지 함께 대기로 방출된다. 일부에서 노령림의 흡수율 감소를 들어 벌채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흡수와 저장이라는 다른 개념을 혼동한 것이다. 임도 확대를 통한 노령림 벌채는 미래의 흡수원을 파괴하는 차원을 넘어, 수십 년 누적된 탄소 자산을 단기간에 대기로 풀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해온 방향과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2022년 채택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를 통해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관리하는 '30×30'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임도법은 보호지역 안에 임도 설치를 허용해 그 연결성을 훼손하고, 노령림 벌채를 가속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올해 10월 말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리는 제17차 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에서는 KMGBF 채택 이후 각국의 이행 성과에 대한 첫 글로벌 검토가 이루어진다. 한국 정부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할 것인지, 시민사회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는 임업과 임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임도법은 절차적 정당성도, 사업성도, 과학성도, 부처 간 거버넌스도 갖추지 못한 채 통과됐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임도법의 본질적 보완을 위한 개정 논의의 장을 정부가 직접 마련하라. 시민사회·과학계·관련 부처·산림 현장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 없이는 임도법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둘째, 임도법의 두 목적에 대한 입증 자료를 공개하라. 임업 진흥에 대한 사업성·경제성 분석 자료와 산림재난 대응에 대한 부처 간 협업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시행령 제정 과정에 시민사회·과학계·관련 부처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청취하고, 타당성평가에 환경 전문기관·생태 전문가의 의무 참여, 자연림과 보호구역의 임도 예정노선 원칙적 제외 등 산림 보전을 위한 핵심 항목을 반드시 반영하라.
넷째, 임도 설치 현황과 환경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라.
법이 통과됐다고 그 정당성까지 확보된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는 하위법령 제정을 넘어, 임도법의 본질적 보완을 위한 개정 운동에 착수할 것이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임도법이 진정 산림 보전에 기여하는 법으로 거듭나도록 공론을 형성해 갈 것이다.
숲은 기후위기 시대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 방어선이 무너지는 모든 과정을 우리는 기록하고 검증하고 알릴 것이며, 다시 세우는 모든 노력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