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연복원 1년, 산불과 산사태에 강해진 고운사 사찰림
-
5개 환경단체 연대체,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식생 1년차 보고서 발표
-
산불에 약한 침엽수는 1/100로 줄고, 산불에 강한 활엽수 숲으로 회복
-
토양 침식 위험 구간도 산불 직후와 비교해 약 4.7배 감소
-
활엽수림이었던 자리는 회복이 빨라서 98%가 높은 식생 회복, 전체 유역의 76%로 높은 회복
-
민관이 함께 만드는 산림 거버넌스… UN 생물다양성 협약 이행의 출발점
(2026년 5월 22일) 지난해 의성 대형 산불 이후 1년, 자연복원에 들어간 고운사 사찰림 유역이 빠르게 회복하며 산불뿐 아니라 산사태에도 강한 숲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림 비중은 기존 100분의 1로 줄었고, 토양 침식 위험 구간 또한 4.7배 줄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안동환경운동연합·불교환경연대·서울환경연합·생명다양성재단 등 5개 단체 연대체와 이규송 강원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UN생물다양성의 날(5월 22일)을 맞아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결과 보고서(식생편) : 되살아나는 보호지역」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사진 설명 : (위) 2025년 3월 31일 산불 직후의 고운사 / (아래) 2026년 5월 17일 산불 1년 후의 고운사>
2009년 경관보호구역(IUCN 카테고리 IV)으로 지정된 고운사 사찰림은 지난해 3월 의성 산불로 약 97%가 피해를 입은 후 주지스님의 뜻에 따라 자연복원되고 있다. 연대체는 이후 식생·동물·음향·곤충 네 분야의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 이번 보고서는 이 중 식생 분야 결과로, 사찰림(248.87ha)을 포함한 고운사 유역 전체(401.29ha)를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의 76.6%에서 자연복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콩과 식물인 참싸리가 선구종(pioneer species)으로 가장 먼저 자리잡아 토양에 질소를 고정해, 굴참나무·신갈나무 등 큰 나무가 자라날 조건을 마련했다. 인공위성(Sentinel-2)으로 분석한 정규화 식생 지수(NDVI)는 산불 직후 약 0.14에서 지난 5월 18일 기준 0.516으로 회복돼, 평년(약 0.74)의 약 70% 수준에 도달했다. NDVI 값은 1에 가까워질수록 더 푸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복원되고 있는 숲은 향후 산불에 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산불 직전 사찰림의 약 61.9%는 소나무 우점림(소나무가 대다수인 숲)이었다.불에 잘 타는 소나무 특성으로 인해 사찰림 피해의 49.57%가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가장 강한 화재인 수관화(樹冠火) 피해를 입었다.
산불 1년이 지난 현재, 사찰림의 소나무림 비중은 58.51%에서 0.58%로 약 100분의1로 줄었고, 그 자리의 약 87%를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가 채웠다. 연구팀은 산불 전 활엽수림이었던 자리는 회복이 빨라서 98%가 높은 식생 회복을 보인 반면, 침엽수림이었던 자리는 약 40%에 그쳤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기존에 어떤 숲이었느냐가 회복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고운사 사찰림은 산불뿐 아니라 산사태에도 강한 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산림의 토양 침식 모델인 SEMMA(Soil Erosion Model for Mountain Area, 산지 토양 침식 모형)로 극단적 호우 상황(50년 빈도 강우, 24시간 누적 약 210mm)에서의 토양 침식 위험을 분석한 결과, 토양 침식 평균값은 산불 직후 4개월 만에 약 3.57배 감소했다. 토양 침식 위험 구간은 산불 직후 51.1%에서 10.8%로 약 4.7배 줄었고, 안전 구간은 7.9%에서 60.6%로 약 7.6배 확대되었다.
연구를 수행한 이규송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산불 직후 진단을 통해 자연복원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이라면, 인위적 개입보다 자연의 회복력에 맡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1년의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의 결과는 글로벌 학계에서 나온 결론과도 결을 같이 한다. 해외 많은 연구들이 자연복원이 비용을 덜 쓰면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나아가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가 2030년까지 약속한 ‘효과적인 복원(effective restoration)’의 핵심 방법 중 하나도 자연복원이다. 고운사 사찰림의 회복이야 말로 UN 생물다양성 협악이 말해온 ‘인간과 자연의 공존’ 사례”라고 말했다.
연대체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 정책 제언을 제시했다. 첫째, 보호지역 내 산림 관리는 보전 원칙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둘째, 산불피해지 복구는 인공조림 기본값에서 벗어나 자연복원 가능성 진단에서 시작하는 진단 기반 복구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산주·시민·학계·정부가 함께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산림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연대체는 오는 8월, 식생·동물·음향·곤충 네 분야를 통합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모니터링 종합 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