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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산불 후 1년,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는 집···이재민 증언집 출간

글: 그린피스
  • 그린피스, 경북 영덕 산불 이재민 12인의 증언집 ‘재난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펴내
  • 재난 이후의 삶 보여주며 이재민 일상 회복을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역할 질문 던져

(2026년 9월 2일) “며칠 전에도 꿈꿨는데…꿈만 꿨다 하면 불타는 꿈이야”

그린피스가 경북 영덕 산불 이재민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증언집 ‘재난을 살아내는 중입니다’가 출간됐다고 2일 밝혔다. 이 책은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 마을의 산불 이재민 12명의 증언이 담긴 증언집이자, 이들과 한 달에 한 번 직접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의 활동집이다.

지난해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괴물 산불'은 축구장 약 14만개과 맞먹는 크기를 태웠다. 산불은 경북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 마을도 휩쓸었다. 3시간 만에 온 마을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린피스와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은 6개월간 신안리 마을을 찾았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은 기후변화로 더 잦아지고 극심해지는 재난에 시민이 직접 대응하기 위해 그린피스가 조직한 네트워크로 폭염이나 산불 등 재난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이재민의 회복을 돕고,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책은 산불 이재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점차 잦아질 기후재난에 사람들이 일상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도록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고 준비해야 하느냐 물음을 던진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위험, 폭염과 폭우의 정도가 심해져만 가는 현재에 꼭 필요한 질문이다.

먼저 이 책은 증언하는 이재민 12명을 한 사람씩 소개한다. 이들의 이름 앞에는 표현이 붙는다. ‘밝게 웃지만 잠을 잃은 사람’, ‘혼자 있는 밤이 무서운 사람’, ‘다시 심고, 고치고, 움직이는 사람’ 등이다. 그리고 이들이 잃은 것이 단순한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품을 들여 설명한다. 이들에게 집과 함께 타버린 뒷마당의 과일나무는 며느리가 와서 감을 따며 좋아하던 그 기억의 시간이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당시의 상황과 두려움은 생생하다. 3시간 만에 온 마을이 잿더미로 변한 그때, 누군가는 산이 불타는 것을 직접 보았고, 불똥이 발 앞에 떨어졌다. 경보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고, 이 빈자리를 메운 것은 공동체였다. 누가 혼자 사는지 알고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 몸이 불편한 사람을 찾아가는 일. 급박한 당시 상황을 들으며, 기후재난이 단순히 타인의 일이 아닌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또 책은 재난 이후 행정에서 말하는 ‘복구 완료’와 이재민의 ‘일상 복구’에는 큰 괴리가 있음을 말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재난 복구가 아닌,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기준으로 복구를 바라본다. 복숭아나무를 손질하고,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를 함께하던 이들의 일상이 진정으로 회복된 것이 맞냐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행정의 공백을 전한다. 집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금방 돌아오겠지’ 했던 집은 1년째 돌아가지 못해 여전히 임시 거주지인 상태다. 산불이 나고 임시 대피소인 체육관에 모인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막막했다고 표현한다. 임시 거주지는 언제까지 ‘임시’인지, 언제 집에 갈 수 있는지, 피해 파악은 어떻게 할지. 지원은 어떻게 되고,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해 주는 행정은 없었다. 책은 이 과정에서 생활의 어려움을 매일 마주했던 이재민의 상황을 보여준다.

재난 이후 사회가 간과하기 쉬운 이재민 심리 지원 필요성도 강조한다. 이들 다수는 여전히 불타는 꿈을 꾸는 등 트라우마를 겪지만, 그것이 트라우마인지 깨닫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울러 피해에 대한 경제적 보상 역시 피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증언한다. 과일 농사를 짓는 이들은 불타버린 나무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그 보상액으로 묘을 가져와 심는다. 보상액은 언뜻 듣기엔 많은 금액 같지만, 묘목이 자라 이전처럼 생계를 유지하는 ‘과일’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의 나무는 단순한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생계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재난 복구에서 공동체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임도 들려준다. 개개인의 삶과 마을의 일상을 위한 장기적 회복에는 공동체가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생생히 증언한다. 이재민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관계가 회복의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은 재난을 경제적 피해와 물리적 복구로만 인식하던 사회의 시야를 확장해 준다.

한편, 그린피스는 ‘재난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증언집으로 북 콘서트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덕 산불 이재민들을 만났던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 직접 진행하는 북 콘서트를 대전, 대구, 서울에서 열었다. 오는 11일과 12일에는 진주와 울산에서 각각 북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또 증언한 영덕 이재민들에게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 직접 찾아가 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이재민 증언집을 기획한 김선률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증언집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기후재난과 그 이후의 삶에 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시민이 직접 동료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었다”며 “이 증언집을 통해 기후재난의 실상과 이후의 회복 과정에 대한 법적· 제도적 공백을 시민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난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증언집은 전국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린피스는 영덕도서관을 포함한 전국 도서관 총 184곳에 증언집을 배포했다. 또 평산책방, 풀무질, 당인리 책발전소 등 독립 서점에도 책을 전달했으며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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