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가 부른 가스 발전 확대, 우리의 내일을 지운다
일산 호수공원에 뜬 아이 얼굴, 그린피스가 던진 질문
늦은 밤, 일산 호수공원의 울창한 나무 위로 커다란 영상이 맺혔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어린이의 영상이 지나가고, 곧이어 불타는 지구의 영상이 재생되었습니다. 산책하던 시민들도 잠시 발을 멈추고 영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지구, 우리의 내일이 있을까요?”
그린피스의 빔 프로젝터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그 뒤로는 밤을 밝히는 아파트단지의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전이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인 그 불빛이 사실은 우리의 내일을 지우고 있다는 것은 제법 뼈아픈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절반 가량의 전기를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로 만들어내고 있고, 여기서 나오는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은 우리의 내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미안함 없이 일상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을까요?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무엇인가를 바꿔볼 시간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결정할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더 정의로운 전기를 요구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라면, 이제 그린피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세요.
가스 발전, 정말 불가피할까요?
우리나라는 2년 주기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줄여서 ‘전기본’)을 세웁니다. 26년 9월 지금, 정부는 12차 전기본 발표를 앞두고 한창 논의 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메가프로젝트 때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 단지를 만들면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죠. 처음에는 천 조 규모의 막대한 투자금액이 큰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 이 시기 가장 뜨거운 화두에 오른 것은 전력입니다. AI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모두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보니 어떻게 전기를 수급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불길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지난 24년도에 공개된 이전 버전의 전기본에서는 분명 가스 발전 비중을 38년까지 60%이상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가스 발전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을 배출하며, 전량 수입에 의존해 전쟁 등 외부 충격 시 가격이 크게 오르는 위험한 연료인데도 말입니다.

그린피스와 시민사회 네트워크 '화석연료를 넘어서(KBF)'가 에너지·기후 정책 전문 연구기관 '플랜잇(PLANIT)'에 의뢰해 진행한 『전력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대안 시나리오 연구』 결과,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스발전을 제어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의 안전과 정의로운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과정 속에서 사회가 합의한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가스 발전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하는 이들은, 이를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감수해야 할 대가 정도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안전과 정의라면 과연 그것을 단순한 ‘대가’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실질적인 전력 수급 대책이 없어 가스 발전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 메가프로젝트가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확실한 대안인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기 위해 정말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부터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내일은 우리가 결정해야 하니까요

그린피스가 발전소와 정부 부처, 그리고 시민들이 오가는 호수공원에서 빔프로젝터를 쏘아 올린 이유는 바로 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내가 누리는 편안함이 누군가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는 대가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곧, 우리의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내일을 만들기 위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12차 전기본에 가스 확대안이 담기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메가프로젝트라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 동시에 미래를 파괴하는 결과로 치닫지 않도록 방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변화는 그린피스만의 노력으로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정부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스 발전을 늘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