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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도시, 자동차는 답을 알고 있다

글: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한반도의 허리가 물에 잠겼습니다. 서울 강남 주요 도로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면서 많은 자동차들은 도로 한 가운데서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물이 갑자기 차오르자 한 운전자는 자동차 보닛 위로 급히 대피하는 아슬아슬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 답을 자동차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번 기상이변으로 수해를 입은 모든 분과 함께하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피해 복구와 일상 복귀가 조속히 안전하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2022년 8월 8일 퇴근 시간, 서울 강남 도로가 물바다로 변했다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에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거센 비를 마주했습니다. 뻔한 재난영화의 한 장면이 제 눈에 앞에 펼쳐졌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면서도 두려웠습니다. 오늘 밤에 집에는 갈 수는 있을까, 집은 괜찮을까. 서울시 관악구에 사시는 부모님은 괜찮으실까 고민과 빗소리가 섞여 머리가 소란스러웠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일대에 하루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도로, 주택과 차량의 침수 피해가 잇달았는데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실종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서울 동작구는 381.5mm의 비가 내려 102년의 기상관측 사상 하루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올해 장마(6월 25일~7월 26일) 동안 중부지방 평균 강수량이 378.3mm였는데 이보다 더 많이 쏟아진 셈입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건강하게 살고 이동할 기본권을 빼앗는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 수도권 등 중부지방의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12일 손해보험협회의 발표로는 접수된 차량 침수피해 건수는 총 9,986건으로 1만 대를 넘길 것으로 추정합니다. 추정 손해액만 1422억 1000만 원입니다. 피해는 단순히 자동차 보험금으로 한정할 수 없습니다. 15일 오후 6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14명 사망, 6명 실종, 1,379가구 2,28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극한의 이상기후 현상은 개인과 사회에게 막대한 청구서를 들이밉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합니다. 2019년 유엔 인권과 빈곤 담당관이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집중호우, 한파 등 이상기후가 지속될 경우 극심한 분열과 사회 혼란이 예상되는데, 이때 필요한 물자에 대한 접근에서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부터 희생되고 소외될 거라고 합니다. 지난 7월 28일 유엔총회는 “깨끗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애서 사는 것이 보편적 인권임을 보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기상이변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면서 우리가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또한 이동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박탈되게 됩니다. 기후위기는 그만큼 불평등하고 무섭습니다.

서울시 연평균 강수량의 20~3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룻밤 만에 쏟아진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번 폭우와 관련해 “기후변화 아니고는 설명 못 한다"며 우리보다 다음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맞이해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고, 예전과 다른 기압골의 이동으로 예전에 없던 극한 기후 현상이 나타납니다. 최근 반복되고 있는 국지성 폭우도 이런 현상 중 하나입니다. 하늘이 뚫린 듯한 극한 강수 현상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서 더 자주, 강하게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자동차 기업과 정부에게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욕조에서 물이 넘치고 있다. 흘러나온 물을 닦을 게 아니라 어서 수도꼭지를 잠가야한다

현재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경유, 휘발유 내연기관차는 전기차 같은 무배출차(ZEV)로 바뀌어야 합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전기는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 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2035년 신규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윤석열 당선인의 2035 탈내연기관 공약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3가지’를 참고해 주세요) 더 나아가 자가용 위주의 이동 방식을 재고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가 교통 부문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입니다. 안전하고 접근성이 좋은 전기 대중교통을 확대해야 합니다.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동이 자유로워야 아스팔트 도로가 줄어듭니다. 늘어난 녹지는 비를 가두고 더위를 식힙니다. 교통과 도시의 삶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기업들은 침수차 검진 서비스만으로 이번 기후재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국 이상기후는 기업이 판매한 자동차에서 발생합니다. 전 세계 자동차의 99%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입니다. 국내에는 2,500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되어 있는데 무배출차량인 전기차와 수소차는 1% 미만에 불과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 주요 시장에서 시작해 2035년까지는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에 대해 “다 같이 죽든가, 함께 대응하든가”의 갈림길에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서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는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 Sungwoo Lee / Greenpeace

우리는 침몰하는 배를 다시 띄우는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대로 모든 게 끝인 건 아닙니다. 유럽연합 의회는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등 다양한 국가, 지자체 차원의 탈내연기관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빠르게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위험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행동하는 여러 군상을 보게 됩니다. 모든 의지를 포기하는 사람, 노약자의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는 사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애써 곳곳의 징후를 무시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배의 침몰을 이대로 지켜볼 수 없습니다. 우리를 구해줄 다른 구명보트는 절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린 기울어진 배의 갑판 위를 뛰어다녀야 합니다. 배에 달린 종을 크게 울려 위기가 닥쳤다고 모두에게 알립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와 작별해야 한다고 외칩시다. 석탄발전소의 문을 닫고 태양광과 풍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내연기관을 대체할 모빌리티로 전환하자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해야 합니다.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진 정부와 기업에게 어서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고 얼마나 지키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린피스와 교통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위기를 막는 데 함께해 주세요. 그린피스는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변화의 힘을 믿습니다. 함께 종을 울리고 배를 고쳐 다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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