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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 2년,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

그린피스가 함께한 기후재난 회복여정

글: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재난 전문가
1년 7개월 만에 다시 찾은 강릉 산불현장. 2023년 4월 산불로 집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은 차디찬 컨테이너 건물에서 벌써 두 번째 겨울에 맞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겐 잊혀졌을지 모르지만, 이재민들에게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재난입니다.

“그날따라 바람이 너무 심했어요. 아내를 데려다주려고 나갔는데 바람의 세기를 보고 오늘만 잘 넘기면 된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나갔는데 그러고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어요.”

잊혀진 강릉 산불,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

2023년 4월 11일 오전 8시 22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강한 바람에 나무가 쓰러지며 전신주를 덮쳐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축구장 면적 530배에 달하는 379㏊를 태우고 8시간 만에 내린 비로 진화되었습니다.

“산불이 났을 때는 많은 단체들이 와서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린 것 같아요……”

강릉 산불이 발생한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지만 많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주택에 지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산불의 장기적인 피해를 조사하고, 이재민들이 재난 이전보다 더 나은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 전문가와 함께 강릉을 찾았습니다.

2023년 4월, 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 강릉시 저동 일대 펜션 촌 ⓒ Greenpeace
2023년 4월, 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 강릉시 저동 일대 펜션 촌 ⓒ Greenpeace

두 번째로 맞이한 겨울

“컨테이너가 너무 추워서 텐트치고 자고 있어요.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계속 병원 다니며, 약먹고 그렇게 살고 있는데.. 한번 들어와 보세요.”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팀은 이재민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불에 대한 아픔을 잊고 일상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셨지만, 많은 분들은 아직도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당시 상황이 떠올라 밖을 살피는 것이 습관이 된 분도 계셨습니다. 함께 동행한 심리전문가는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런 감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이후에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11월, 강릉 산불 이재민이 거주하고 있는 8평짜리 임시주택. 사진: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재난 전문가
2024년 11월, 강릉 산불 이재민이 거주하고 있는 8평짜리 임시주택. 사진: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재난 전문가

산불 직후 삶의 터전이 사라진 이재민들은 한달정도 대피소 임시텐트에서 생활했습니다. 이후 정부에서 개인 소유의 토지가 있는 이재민들에겐 컨테이너를 개조해 임시주택을 지원했고, 토지가 없는 이재민들은 임대주택이나 전세임대를 지원했습니다. 침실, 부엌, 화장실로 구성된 임시주택은 8평 남짓의 협소한 공간으로, 두세명도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집만이 아닙니다. 이곳의 산은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울창했던 소나무 숲은 불길에 사라졌고, 지금도 산 곳곳에는 죽은 소나무를 베는 소리가 들립니다. 황량한 산을 바라보며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4년 3월, 강릉 산불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모습. 사진: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재난 전문가
2024년 3월, 강릉 산불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모습. 사진: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재난 전문가

정부의 보상과 한계

“정부에서 보상금을 줬는데 그 돈으로는 집을 지을 수 없지. 자재값이 너무 올랐고 대출을 받으면 우리 노인들이 갚을 능력이 있어야지.. 그래서 그냥 살고 있어요”, “보상도 뭐고 다 필요없고 그냥 4월 11일 이전으로만 돌려 놓아줘”라고 요청한 이재민도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 및 사회재난 생활안정지원 항목별 단가에 따르면, 사회재난으로 분류되는 산불로 인한 주택 전소는 평수와 파손기준(전파, 반파, 소파)에 따라 보상액이 전파 3,600만 원, 반파 1,800만 원이 지원됩니다. 세입자는 최대 6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외에도 재해구호협회 등 민간기관을 통해 모금된 돈이 지원되지만, 이재민들이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엔 부족한 수준입니다. 특히 강릉은 펜션 사업을 하는 주민이 많아, 산불로 생계 기반마저 잃은 사례가 많았습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재난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복구는 피해조사 후 보상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일방적인 정부의 보상 기준과 금액 결정은 지역사회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한 이재민의 말에 따르면 산불당시 살림살이는 전소 되었지만 이웃의 도움으로 집의 기둥과 벽체는 일부 살려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운영지침에 따라 중파 판정을 받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복구비용이 집을 다시 짓는 비용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면서 오히려 불을 꺼준 이웃을 원망하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보상의 기준이 되는 피해 상황과 정도는 이재민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보상 기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재민들의 참여와 의견 수렴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재난 이후 마을 공동체는 붕괴되고 이재민들의 심리적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보상 이후 일상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없이 법적으로 지원이 끝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서 기후재난은 더 빈번해지고 대형화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앞으로 더 커질 기후재난의 위협에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사회와 함께 이재민의 장기적인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후재난의 공동체 회복, 해외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다.

대형 산불을 경험한 미국과 호주는 재난대응과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물리적 복구를 넘어 이재민과과 지역사회 전반의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회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이하 FEMA)은 “A Whole Community Approach to Emergency Management: Principles, Themes, and Pathways for Action”을 배포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재난대응에 있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대응 전략을 개발하고, 주민과 민간영역, 비영리단체 등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이 재난관리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의 역량강화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재난 회복력과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18년 11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620.5㎢(약 서울면적)의 면적이 불에 탔고, 88명 인명피해와 약 19,000채 건물이 소실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 복구를 위해 지자체 공무원, 도시 계획가 등 이해관계자들과 5개월간 미팅을 통해 복구를 위한 5가지(안전, 환영, 강한, 더나은, 그린)비전을 세우며 장기복구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주민 의견을 복구 계획부터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마을을 재구성함으로써 지역사회 회복력을 쌓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2018년 11월 산불 이후 미국 파라다이스 마을 주민들이 회복을 위해 수립한 5가지 비전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출처: 파라다이스 홈페이지 장기회복계획
2018년 11월 산불 이후 미국 파라다이스 마을 주민들이 회복을 위해 수립한 5가지 비전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출처: 파라다이스 홈페이지 장기회복계획

지난 2019년 9월 호주에서는 일명 ‘블랙 서머’(Black Summer)라고 불린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호주 국립재난관리청은 산불 복구를 위해 2021년 7월, 국가 산불 복구 계획인 Black Summer Bushfire Recovery (BSBR)를 발표했고, 기업, 동우회, 협회, 대학, 의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역사회 회복을 위해 활동했습니다. 머스웰브룩 셔 의회(Muswellbrook Shire Council)에서는 4단계의 화재 위험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LED 사인보드를 설치했고, 사우스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Queensland) 카리나 안덜손(Carina Anderson) 박사 연구팀은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더 크게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대피소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재난시에도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 될 수 있도록 산불피해지역 회복력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지역에는 태양광 디지털 화재 위험 등급 표시로 지역사회의 산불 위험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지방정부 홈페이지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지역에는 태양광 디지털 화재 위험 등급 표시로 지역사회의 산불 위험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지방정부 홈페이지

재난 복구는 보상금 지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미국과 호주의 사례처럼, 정부는 이재민과 지역사회 전반에 대한 회복을 중심으로 총체적인 재난 복구 프로세스 마련과 동시에 기후재난의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방안도 반드시 수립해야 합니다.

함께 만드는 기후재난 대응의 길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은 기후재난 이재민들을 만나 기후재난 현장을 기록하며 회복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에겐 심리 전문가와 함께 회복을 돕고, 이재민들과 공론장을 열어 기후재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힘을 모으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후재난의 근본적인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개선을 요구할 것입니다.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그린피스의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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