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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LA 산불, 기후위기 시대에 더 악화되는 재난

글: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뉴스를 가득채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산불은 1월 7일에 발생해 일주일 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강해지는 기록적인 대형 산불,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난 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이하 LA)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세 개의 산불. 발생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산불은 여전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Palisades)와 이튼(Eaton) 지역 산불은 진화율이 낮아 현재(1월 16일 기준)까지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다양한 산불의 피해 수치를 보도했습니다. 안타까운 수십명의 인명피해, 1만 2천 채 이상의 건물 소실부터 15만 명이 넘는 주민의 긴급대피.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50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22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불에 탄 지역의 규모는 서울의 4분의 1에 달하며, 파리 도시 전체보다 큽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개빈 뉴섬은 이번 LA 산불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산불 진화에 큰 어려움이 있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2025년 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발생한 산불을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2025년 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발생한 산불을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대형 산불 확산의 원인은 기후위기

LA 산불이 급속히 커진 주 요인은 강풍과 가뭄입니다.
이번 산불을 악화시킨 강풍은 매년 9월~5월까지 캘리포니아에서 부는 샌타 애나(Santa Ana) 바람입니다. 이 바람은 그 강력한 위력으로 ‘악마의 바람’으로 불릴 정도로 강합니다. 이번 산불 발생 초기 샌타 애나 바람은 최고 시속 160km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최고 시속 100km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어 산불 진화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시속 100km는 태풍급 강풍으로 성인이 혼자 손잡이 없이 버티기 힘든 위력입니다.

기후위기는 샌타 애나 바람의 빈도와 강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 상승은 북극 해빙을 녹이고, 이는 북극 제트 기류의 영향을 줘 강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진들에 의하면 기후위기로 인해 가을과 봄에 샌타 애나 바람의 빈도는 줄어들고 오히려 겨울철 바람의 강도가 극단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산불 발생 위험 시기가 겨울까지 이어지는 것을 시사하고, 겨울철 건조한 상태와 맞물려 산불 위험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2025년 1월 9일, 소방대원들이 산림 지역에서의 산불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1월 9일, 소방대원들이 산림 지역에서의 산불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조한 기후 또한 산불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 상승은 대기 내 수증기를 증발시켜 건조한 기후가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산림은 산불이 빠르게 확산되는 거대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LA 산불 확산에도 건조한 기후의 영향이 컸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작년 가을부터 기록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산불이 옮겨붙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서부 지역의 대기 건조도를 뜻하는 수증기압차(VPD, Vapor Pressure Deficit)가 기후위기로 인해 급격히 증가했으며, 증가한 원인의 68%는 기후위기로 인한 온도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기후위기가 건조한 기후를 형성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며,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의 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연구진이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여름철 산불을 분석한 결과, 1996년부터 2001년 사이의 산불 피해 면적이 1971년부터 1995년 사이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관찰된 산불 면적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했으며, 대형 산불의 증가도 산불 면적 확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역대 최대 규모 산불의 약 80%가 최근 10년 이내에 발생했다는 점은 기후위기가 단순히 산불의 빈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산불 발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이미 많은 연구들은 산불 발생이 기후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산불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2025년 1월 10일,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해 음식과 옷 등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
2025년 1월 10일,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해 음식과 옷 등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

숫자가 담지 못한 산불의 이면

“1만 2천 채 이상의 건물이 불에 타고,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220조원에 달하는..
불에 탄 지역의 규모는 서울의 1/4크기.. 15만명 이상 주민들의 긴급 대피령 ..”

LA 산불 규모를 의미하는 지표들은 재난의 규모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지만, 숫자만으로는 재난의 실제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이재민의 대피와 상실, 그리고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개개인의 이야기가 모여 이러한 수치를 이룹니다. 우리는 이 숫자 뒤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LA 산불이 대형화, 장기화 되면서 노년층, 이민자 및 사회적 취약 계층은 더 큰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시민 단체들은 이재민들과 연대하며 필요한 도움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점은 긴급 구호 물품 보관소로 변신했고, 1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이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무료 식사와 거주지를 제공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반려동물과 야생 동물을 위한 보호소도 마련되었습니다. 재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며 산불 피해 복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급 복구만큼이나 장기적인 회복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2000년부터 2021년 사이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지역 사람들의 사회적 취약성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민자들의 사회적 취약성이 악화되었습니다. 산불 복구 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불균형으로 부유한 지역이 더 빠르게 복구되는 반면, 낮은 소득층 및 취약계층 지역은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지역사회 회복을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산불 이후 불평등의 심화가 지속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회복과 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합니다.

2023년 4월, 강릉 경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변 산림과 주택을 포함해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줬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재민들이 임시주거 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2023년 4월, 강릉 경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변 산림과 주택을 포함해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줬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재민들이 임시주거 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한국도 산불 위험 지역

예상하기 힘든 산불의 위협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산불의 위험성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의 발생 횟수는 과거보다 급격히 늘어났으며, 기존에 산불 위험이 낮다고 여겨지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재난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4년 산림청에서 발행한 ‘2023년 전국 동시다발 산불백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 산불 피해 면적은 2010년대 대비 약 10배 증가했으며 산불 발생 일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형 산불 발생 또한 2010년 이후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0도 상승할 경우 산불 발생 위험지수는 최대 1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 산불의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산불 대응에 대한 기후위기 대응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산불을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산불의 대부분 원인이 인위적인 발화로 시작되기 때문에 자연재난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산불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해 야외 활동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LA 산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번 시작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 발생 위험도가 더욱 악화된다면, 예방과 복구만으로는 산불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산불 대응은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이뤄져야 하며,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2019년 9월, 그린피스 헝가리 사무소 활동가가 기후재난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불타는 지구 조형물 앞에서 즉각적인 기후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9월, 그린피스 헝가리 사무소 활동가가 기후재난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불타는 지구 조형물 앞에서 즉각적인 기후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일상이 된 기후재난, 해결책은 기후위기 대응!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5도 상승하며, 2023년에 이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를 초과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기후 붕괴’로 표현하며, 지금 당장 기후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회복이 어려운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LA 산불은 단순한 지역적 재난이 아닌,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기후재난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전 지구적인 경고입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로 가속화되는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원인 연구, 재난 현장의 실태 조사, 장기적인 회복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재난 정책에 포괄적인 기후재난 대응책을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우리의 일상을 위해, 그린피스의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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