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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거제 수해 복구 현장: 그린피스와 후원자가 함께한 기후재난 자원봉사

글: 김선률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지난 8월 거제 수해 이후, 그린피스는 여러 차례 거제를 방문하여 현장복구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말, 그린피스는 17명의 후원자들 및 시민대응단과 함께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마을을 다시 방문하여 미처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에 온정을 더했습니다.

거제 수해 발생 한 달 후인 지난 9월 말. 그린피스는 17명의 후원자, 그리고 3명의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거제를 다시 찾았습니다. 복구가 모두 끝난 듯 보이지만, 미처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복구 활동을 위해 찾아간 현장에서 하둔리 노인회장님을 만나 현 상황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난 이후 대대적인 복구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재민들이 더 이상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며 포기하거나 홀로 묵묵히 토사들을 치워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활동 때에 “자원봉사자분들 덕분에 급한 집안 정리는 끝냈지만, 밭까지 도와달라고 하기엔 너무 죄송했다”고 말하던 이재민 분의 이야기처럼,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미안한 마음으로, 혹은 사라진 관심으로 손길이 닿지 않은 현장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린피스 후원자와 시민대응단이 거제시 하둔리 포도밭에 밀려든 수해 토사를 삽으로 치우는 모습
그린피스 후원자와 시민대응단이 거제시 하둔리 포도밭에 밀려든 수해 토사를 삽으로 치우는 모습 ©Greenpeace

첫 날 복구 활동을 시작한 포도밭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보였지만, 뒤편으로 가니 물에 쓸려온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물을 흘려내기 위해 파두었던 배수로는 이미 토사가 가득 들어차서 모두 삽으로 걷어내야 했습니다. 옆에 황금빛으로 익어가던 논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벼의 상태를 묻는 후원자님의 질문에 노인회장님은 겉보기에는 멀쩡히 자라는 것 같지만, 물에 한 번 잠겼던 터라 낟알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한 해 농사를 그대로 망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수해로 인해 논으로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을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수해로 인해 논으로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을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Greenpeace

이런 상황 속에서 후원자님들과 시민대응단원들 모두 구슬 땀을 흘리며 복구 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허리도 잘 피지 못한 채, 진흙에 발이 빠져도 아랑곳 않고 활동하는 모습에 노인회장님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둔덕중학교 학생들이 전해준 진심

이틀 차에는 하둔리에 위치한 둔덕중학교를 찾아 복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전교생 139명의 작은 학교인 둔덕중학교는 지난 8월 수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차들이 밀려내려와, 모든 학생들이 며칠간 등교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후 길은 다시 복구 되었고 학생들은 등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강당과 운동장이 물에 잠겨 이용이 불가한 상황이었습니다. 교무부장님의 말에 따르면 다른 학교에는 복구를 위한 인력이 지원된 반면, 둔덕중학교는 아무런 인력 지원을 받지 못해 손을 대고있지 못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이에 운동장에 쌓인 야자매트와 토사를 걷어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에 젖었던 야자매트를 걷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수해 이후 운동장을 볼 때마다 그 날을 떠올려야 했을 학생들을 위해 전력을 다해 정리를 마무리 했습니다.

둔덕중학교 운동장에서 수해로 젖은 야자매트를 포대에 담아 옮기는 복구 작업 현장
둔덕중학교 운동장에서 수해로 젖은 야자매트를 포대에 담아 옮기는 복구 작업 현장 ©Greenpeace

그렇게 오전 활동을 마치고 다시 오후 활동을 시작할 무렵, 둔덕중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둔덕중학교 기후환경 동아리 ‘기후천사단’ 학생들이 그린피스를 환영해주기 위해 나온 것이었는데요. 기후재난을 몸소 겪어내고 있는 학생들의 짧은 소개를 뒤로, 삼삼오오 모여 복구 활동을 함께했습니다.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과 둔덕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학교 운동장의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과 둔덕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학교 운동장의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Greenpeace

상상도 못할 쓰레기와 나뭇가지들이 운동장 곳곳에서 나오는 것을 보며 그날의 폭우가 어땠을지, 그리고 기후재난 이후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어떤 마음일지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복구 활동을 마친 후에는 기후재난에 관한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은 배너 액션이 있었습니다. 오늘을 위해 그린피스에서도 전날 밤 직접 배너를 만들었는데요. 기후천사단 학생들도 배너를 함께 준비해주었습니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학생들의 글자에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후재난의 경험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고심하여 배너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자 후원자님들도 많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습니다. 특히 정상대 후원자님은 손주 정도 나이의 학생들을 보며 “기후재난과 환경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그리고 우리 자식들의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후변화와 재난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린피스 후원자와 둔덕중학교 기후천사단 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를 적은 손배너를 들고 있다
그린피스 후원자와 둔덕중학교 기후천사단 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를 적은 손배너를 들고 있다 ©Greenpeace

기후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 시민의 힘이 필요한 이유

이번 2차 복구 활동은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9월 22일과 9월 23일에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스무명의 시민들이 참여해주셨고,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분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태주셨습니다. 함께해 주신 후원자님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처음엔 잠시 어색하기도 했지만, 함께 땀 흘리며 수해복구에 나서는 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이튿날에는 벌써 손발이 척척 맞아, 예상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고, 활동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기후재난의 심각성과 시민의 힘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되었습니다.

활동에 참여하신 김현희 후원자님은 “연차를 의미있게 쓸 수 있어서 기뻤다”며 “티비로 볼 때에는 남의 재난이었는데, 와서 보니 나의 재난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거제 수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북 초대형 산불도, 산청의 수해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재민이 재난의 상흔을 이겨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예방체계와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재난 현장 조사 및 기후재난 복구 지원에 그치지 않고, 피해 실태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데에는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린피스의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에 지금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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