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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주민 토루 안자이의 비극 “국가는 우리를 버렸다”

글: 이철현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커뮤니케이션 담당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 앞두고 귀향 강요…주민들, 가설주택서 쫓겨나도 귀향 주저
그린피스 “국제안전기준보다 100배 높은 방사선 방출로 귀향 불가”

이타테 주민 토루 안자이 씨는 고향의 죽순을 그리워했다. 후쿠시마 이타테에 가을 비가 내리면 산 속에 죽순이 지천으로 돋아난다. 어디 죽순만이겠는가. 이타테 산에는 온갖 산채들이 계절마다 자란다. 주민들은 집 뒤로 펼쳐진 산에 올라 산채를 뜯었다. 계절의 향을 담은 산채는 우물물에 씻겨 조리돼 주민들 식탁에 올랐다. 바로 그날. 그날 뒤로 주민들은 산에 오르지 못했고 산채는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안자이 씨에게 고향의 죽순은 이제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물일 뿐 다시 캐지 못하고 맛보지 못한다.

안자이 씨는 그날을 ‘흑설(黑雪·black snow)’로 기억한다. 그는 2011년 3월 12일 폭발음을 들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랐다. 철이 타는 냄새가 마을 곳곳에 진동했다. 이내 비가 내렸다. 비는 눈으로 바뀌었다. 눈은 검었다. 난생처음 보는 검은 눈은 안자이 씨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검은 눈이 마을에 내린 뒤 안자이 씨는 피부에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해수욕하다 햇볕에 탄 듯한 느낌이었다. 양 다리는 탄 것처럼 까매졌다가 하얗게 벗겨졌다. 약을 발라야 피부가 벗겨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후쿠시마 이타테 주민 토루 안자이 씨는 원전 사고 탓에 병에 걸렸고 고향에서 쫓겨나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width=<후쿠시마 이타테 주민 토루 안자이 씨는 원전 사고 탓에 병에 걸렸고 고향에서 쫓겨나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그 뒤 온몸에 탈이 났다. 두통이 찾아왔고 어깨가 결렸다. 탈모까지 일어났다. 특정 부위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안자이 씨는 충격에 빠졌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고향을 버리고 피난해야 했다. 살기 위해서였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3년 뒤 뇌경색과 심근경색이 잇따라 찾아왔다. 안자이 씨는 혈관에 스텐트(혈관이 좁아지는 걸 막기 위해 혈관 안에 삽입하는 금속관)를 넣고 살아가고 있다. 통증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지금도 고향 이타테에 들어가면 두통, 복통, 어깨걸림 등 온몸에 통증이 재발한다.

일본 정부는 이타테 마을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마쳤으므로 이타테 주민들에게 마을로 복귀할 것을 권유한다. 후쿠시마현 정부는 주민들이 피난처 삼아 사는 가설주택에 대한 지원을 지난 3월말 중단했다. 주민들은 가설주택에 살려면 4월부터 집세를 온전히 내야 했다. 집세는 월 5만 엔에서 10만 엔으로 뛰어올랐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주저한다.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전 사고 전 이타테 주민은 6300명가량이었다. 일본 정부 강요 탓에 억지춘향격으로 돌아간 주민은 300여 명이다. 외지인까지 합해도 800명가량이다. 60세 이상 고령 인구가 귀향민의 다수를 이룬다. 이타테 귀향민들은 방사성 물질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제염작업을 마쳤다고 주장하지만, 이타테는 지형 특성상 제염이 어려운 곳이다. 마을 80% 이상이 산림으로 덮여있다. 농지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지만 산속에 내려앉은 오염물질은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탓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이타테 마을 전역에 방사성 준위가 크게 올라간다.

그린피스는 해마다 이타테, 나미에 등 후쿠시마 마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다. 조사결과, 이곳은 방사선 노출에 대한 국제안전기준보다 10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아무리 빨라도 2050년, 아니면 22세기까지 해당 지역에 돌아오는 주민은 심각한 건강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안자이 씨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야욕 탓에 주민들에게 목숨 건 귀향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는 끝났고 피난민도 고향으로 돌아왔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선전하고 싶은 거다. 원전 사고 탓에 고향을 떠난 이들은 이제 목숨을 건 귀향을 강요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이타테 지방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농지에서만 제염할 뿐 산 속에 가라 앉은 방사성 물질은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이타테 지방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농지에서만 제염할 뿐 산 속에 가라 앉은 방사성 물질은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안자이 씨가 머무는 가설주택은 좁다. 거실 1개, 방 1개다. 그는 8년 전 가설주택 단지에 들어왔다. 126세대 중 첫 입주자였다. 단지에는 교류관이 있어 고향에서 쫓겨난 이들이 모여 고향의 추억을 얘기하며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지난 3월말 주민 대다수가 떠났고 10세대가량 남아 갈 곳을 찾고 있었다. 안자이 씨는 지난 4월 가설주택을 나왔다. 그 뒤 그와 연락이 끊겼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의 디아스포라(Diaspora)는 어디서 계속되고 있을까?

안자이 씨는 가루약을 뿌려놓은 듯 뿌연 하늘을 올려다보며 정부를 원망했다. “아무 잘못 없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괴로웠다. 고향은 오염됐고 목숨을 잃은 주민도 있었다. 정부가 뒤늦게 피난하라고 해서 고향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제 돌아가라고 한다. 방사성 오염이 극심한 곳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하다. 정부에 여러 차례 탄원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는다. 우리 청원은 국가에 닿지 않는다. 국가는 우리를 버렸다.”

일본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후쿠시마 해안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 해안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흘려보내면 제2, 제3의 안자이 같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이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동해를 거치고 태평양을 돌아다닌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나아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문제다.

그린피스는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에 탄원서를 보내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탄원서에 서명하면 이를 모아 일본 정부 관계자에 전달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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