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대한민국 환경 부도의 날?
오버슈트데이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지구가 1년간 재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4월 9일에 소진한다. 남은 266일은 빌려 쓰는 셈이다. 카타르는 2월 4일, 미국은 3월 14일에 한도를 넘겼다. 방글라데시와 나이지리아에는 오버슈트데이 자체가 없다. 1년 치 안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삶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가장 적게 쓰는 사람이 가장 적게 가진 사람이라는 것,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숫자가 생태 위기의 전부를 포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정확히 짚는다. 우리가 빚으로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번 4월, 그 빚이 한꺼번에 여러 얼굴로 나타났다.

첫 번째 빚: 원금을 깎아먹고 있다
지구라는 통장에서 이자만 빼쓰면 원금은 남는다. 지금 인류가 하고 있는 것은 원금을 깎아먹는 일이다. 숲이 줄고, 갯벌이 메워지고, 어장이 비고, 생명이 사라진다. 원금이 일정 선 아래로 내려가면 이자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힘, 즉 이자를 만들어내는 능력 자체가 꺾이는 것이다.
탄소를 줄이는 것은 이자를 덜 빼쓰는 일이다.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원금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원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탄소를 흡수할 숲은 2015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약 7,296ha(여의도면적 약 25배)씩 줄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02년부터 2024년까지 열대 원시림 8,300만 ha가 사라졌다. 그런 이유로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는 등 23가지 목표를 수립했다.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육상 보호지역은 17.8%, 해양은 1.84%로 국제사회와의 약속 달성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달 여수에서 UNFCCC 기후주간이 열린다. 한국이 처음으로 주최하는 유엔 기후 국제행사다. 여수 세계섬박람회와 맞물려 섬과 해양 생태계 보전이 의제에 오른다. 호스트가 된다는 것은 발언권만이 아니라 책임을 갖는다는 뜻이다.
두 번째 빚: 전쟁 추경 26조 원의 청구서
오버슈트데이의 빚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지난주, 한국 정부는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서다. 기름값 부담 완화에만 10조 원이 넘는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것이 "소나기가 아니라 폭풍우"라고 했다. 26조 원. 화석연료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나라가 해협 하나의 봉쇄로 치르는 비용이다.
IEA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를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기"라 불렀다. 태국에서는 디젤 값이 75% 뛰어 어부가 생수병 한 개에 담은 디젤로 겨우 출항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려 늘렸던 LNG 수입이 다시 막혔다. 바베이도스 총리는 "더 빨리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은 것이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여수에서는 나프타가 끊기며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해협 하나가 막히자 대륙을 가리지 않고 전기, 공장, 운송, 장바구니 물가가 동시에 흔들렸다.
한국은 화석연료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온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장기 공급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생산시설 복구에 3~5년이 걸린다는 이유다. 공급처를 바꿔도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겨지기 때문에 충격은 그대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가지가 다르다. 이란 의회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쟁이 끝나도 자유통항 체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에는 "위기가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 말조차 할 수 없다.
끊어야 할 고리
위기가 올 때마다 한국의 대응 패턴은 같다.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린다. 그 '한시적' 조치가 20차례 넘게 연장됐다. 내연기관차 유지 비용을 국가가 보조하면 전기차로 바꿀 이유가 줄고 전환이 늦어진다. 그러면 다음 위기 때 또 유류세를 깎는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밀린 탓에 폐쇄 예정이던 석탄 발전소 3기의 일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것도 같은 고리다. 단기 처방이 장기 전환을 늦추고, 늦어진 전환이 다음 위기를 키운다.
이 고리의 비용은 이미 쌓여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한전은 한 해에만 33조 원의 손실을 냈고, 누적 부채는 206조 원이다. 국민이 내지 않은 에너지 비용은 공기업 장부에 쌓였고, 이제 겨우 조금씩 줄여가고 있었으나 또 다시 맞이한 위기로 결국 한번 더 미래의 요금 인상으로 미뤄야하는 상황이다. 26조 추경, 206조 한전 부채, 20차례 유류세 연장. 화석연료 의존의 빚은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우리와 다음 세대의 계좌에 늘어만 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보유국이자 태양광·풍력 강국인 중국은 이번 위기의 충격을 국내 에너지로 흡수했다. 한국도 방향은 잡았다. 작년 COP30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했고, 4월 6일 정부는 "전기국가로의 전환"을 내건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 공장 지붕 태양광 의무화, 공공차량 전기화. 올해 착수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이 구상의 설계도가 된다.
그러나 선언과 실행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한국은 보호지역만으로 30%를 채우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개발은 가능하지만 생태적 가치가 있는 지역을 자연공존지역(OECM)으로 등록해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핵심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반면, AI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LNG 발전으로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법안은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키려 한다. 탈석탄 목표 2040년과 국제사회가 선진국에 요구하는 2030년 사이에는 10년의 차이가 있다. 4월 6일 발표에서는 2040년 이후에도 수명이 남은 석탄 발전소 21기를 "안보자원"으로 남기겠다고 했다. 폐지가 아니라 대기다. 탈석탄을 선언한 정부가 이번 위기에서 석탄 발전소 3기의 폐쇄를 재검토하고 있고, 완전히 닫지 않을 석탄 발전소에 용량요금을 지불하며 유지하겠다고 한다. 용인과 여수의 국가산단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LNG 발전소 건설은 추진 중이다. 26조 추경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배정된 예산은 5천억, 2%다. 이 비율이 계속된다면, 다음 위기의 청구서는 26조보다 클 것이다.
세 번째 빚: 일으키지 않은 사람이 갚고 있다
전 세계 CO₂ 배출량의 절반이 32개 화석연료 기업에서 나온다. 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는 동안 기후 위기는 심화되고 기후 재난은 해마다 기록을 갱신했다.그 복구 비용은 다른 곳에 청구됐다. 폭염에 수확을 잃은 농가,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잠기는 섬나라, 디젤 값 때문에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어부. 원금을 빼쓰고 빚을 진 쪽은 따로 있는데, 그 비용을 치르는 건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선진국들이 2009년 코펜하겐에서 약속한 연간 1,000억 달러 기후재원은 끝내 완전히 이행되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가장 적게 일으킨 나라들은 적응 비용을 대출로 조달해야 했다. 피해자에게 복구 비용을 빌려주고 '지원'이라 부르는 것이 지난 10년 국제사회의 민낯이다.
빚을 만든 쪽이 갚아야 한다.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상식이다. 화석연료 퇴출의 전환 비용을 시민에게만 지우면 반발이 오고, 반발은 전환을 늦추고, 늦어진 전환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덮친다. 오염자가 전환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고리를 끊는 열쇠다.

빚을 갚는 일
빚이 이 정도로 쌓이면 보통은 갚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빚에는 다른 빚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갚을 방법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작년 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석탄보다 많은 전기를 만들어냈다. 태양광 가격은 15년 사이 90% 넘게 떨어졌다. 중국의 탄소 배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기차는 전 세계 신차 4대 중 1대를 넘었다. 사이언스지는 2025년 올해의 과학 돌파구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꼽았다. 방법이 있고, 가격도 저렴해지고 있다. 문제는 의지고 속도다.
전환을 늦출수록 빚은 불어난다. 26조 추경, 206조 한전 부채,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는 기후재난. 전환 속도가 빚이 불어나는 속도를 앞지르지 못하면, 위기는 반복될 것이고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
4월 9일은 지나간다. 하지만 이 날짜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자연에 대한 빚은 보호구역을 넓히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 대한 빚은 수입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로 바꾸는 것으로, 가장 적게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빚은 오염자에게 전환 비용을 묻는 것으로 줄일 수 있다. 도구는 있다.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방향을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포기가 가장 이득이 되는 쪽은 이 구조를 바꾸고 싶지 않은 쪽이다. 그러니 희망을 갖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저항이며, 빚을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