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경북 안동 수해 현장: 산불 이재민을 두 번 울린 기후재난
2026년 7월,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상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최근 쏟아지는 비를 보면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국지성 폭우가 집중되어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 혹여나 피해를 입는 지역이 생길까 마음을 졸이며 살핍니다.
7월 17일 밤부터 비가 거세지더니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과 재난포털, 행정안전부의 안전관리 일일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중, 안동 의성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이 침수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산불로 터전을 잃고 이제야 겨우 정을 붙이며 살고자 했던 보금자리였는데, 수해로 다시 침수되었다는 소식에 이재민들이 겪을 참담한 심정을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 재난: 산불 이재민을 덮친 안동 집중 호우
2025년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 이후, 의성·안동·영덕 지역의 산불 피해 실태조사를 하며 이재민들을 수차례 만났습니다. 특히 영덕 지역은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찾아뵈었기에 이재민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번 수해 소식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재난 긴급대응체계에 따라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협업 단체들과 상황을 공유한 뒤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안동역을 빠져나와 수해 지역인 안동시 일직면으로 향하는 길, 도로 옆 낙동강의 물살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거세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누런 황토빛 강물이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곳곳에 수해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도로 위로 쏟아진 돌과 흙, 제방이 파여 나간 자리, 다리 아래 기둥에 엉켜 있는 나뭇가지들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일직면 귀미리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많은 차량과 소방차들이 보였습니다.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피해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소방차는 물대포를 이용해 마을의 진흙을 제거하고 있었고, 봉사자들은 침수 가정을 돌며 젖은 집기들을 끄집어내고 있었습니다. 마을 한쪽, 임시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공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자는데 빗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이상하다 싶어 밖에 나갔더니 흙탕물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어요.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임시주택에 거주하시던 한 이재민이 그날의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전해주었습니다.

예견된 인재: 꽉 막힌 수로와 아쉬운 재난 행정
산불로 인해 타버리고 약해진 나무들이 이번 폭우에 무더기로 휩쓸려 내려오면서 하천 다리의 수로를 꽉 막아버렸습니다. 물길이 막히자 하천이 크게 넘쳤고 결국 산불 피해 이재민의 거처인 임시주택과 주변 주택들이 고스란히 더 큰 수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일직면 귀미리 이장님은 행정 대응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몇년 전부터 다리 보수 공사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사달이 났어요. 그리고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결국 제가 직접 사람들을 대피시켰어요. ”
수해 이후 행정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급식 중단 통보, 주거 복구 과정에서 임시주택 구입비 및 측량·기초공사 비용을 요구하는 등 행정 편의적인 처사에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습니다.
“불편하지만 이제 임시주택에 정이 좀 들려고하는데 이렇게 또 떠내려가니 도데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껴? 도대체”
임시주택 피해를 입은 한 이재민이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2025 영남 초대형 산불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임시주택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임시주택에서의 삶조차 녹록지 않았던 이재민들에게, 그마저도 수해로 떠내려간 현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절망 속에서 빛난 연대: 주민과 시민단체의 구호 활동
행정의 무능함 속에서도 마을 주민들의 연대는 빛났습니다. 외부에 있다 마을 침수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귀미리 노인회장 부부는 119 구조대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각 집의 상황을 설명하고 구조가 시급한 이들을 알려준 덕분에 환자와 독거노인을 비롯한 재난 취약계층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노인회장 부부는 고령의 이재민들을 위해 급식 봉사를 도맡는 한편, 복구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 절차를 챙기며 주민들의 든든한 대변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민간 단체들의 지원 또한 이재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침수된 주택은 모든 살림을 덜어내고 진흙을 청소한 뒤, 완전히 말려야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할 수 있습니다. 긴급 구호 단체 피스윈즈코리아는 그린피스의 협력 단체로, 재작년 수해에 이어 이번에도 곰팡이를 막기 위한 제습기를 현장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린피스 시민대응단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제습기 설치와 사용법을 안내하고, 이재민들이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잘 드실 수 있도록 급식 봉사도 진행했습니다. 이웃을 향한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과 연대가 모여, 모두가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사후 복구를 넘어: 근본적인 기후재난 대응 체계의 필요성
거듭된 재난 앞에 이재민들이 겪는 물리적 피해와 심리적 고통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2025 영남 초대형 산불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PTSD 위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이재민은 “산불 때도, 지금도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나고 잠도 잘 못 자요. 우울증이 온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라며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재민들은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합니다. 겨우 삶을 꾸려가던 중 닥친 두 번째 재난은 그들의 일어설 마음마저 쓸고 가버렸습니다. 정작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해결해야할 정부는 형식적인 절차로만 이재민을 대하고 있습니다.
경북 지역에서 연달아 발생한 기후재난은, 이미 많은 연구와 학자들이 경고한 예고된 재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재난 대응 시스템은 사후 복구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재민 중심의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기후재난 대응 체계와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에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