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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석탄에 쓰인 1조 원, 왜?

두산중공업 석탄 구제 금융 1조원 규탄 기자회견

글: 장마리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4월의 첫날, 그린피스와 국내 환경 단체 활동가들이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산업은행 본점에 석탄 발전소 모형을 설치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앞으로 우리 일상 전체를 뒤흔들 큰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런 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어마어마한 공적 자금 대출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곧 두산중공업의 주 사업 부문이자 국제적 사양 산업인 석탄 발전에 대한 구제 금융인 셈입니다. 그린피스의 메시지, 지금 같이 확인해 보실까요?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위기 여파가 심상치 않습니다. 관계 부처의 비상 회의가 열리고, 발빠른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가장 먼저 1조 원의 대규모 공적 자금 대출을 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두산중공업입니다. 자금 지원이 결정된 직후에 계열사 직원들의 골프 출장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논란보다 중요한 건 이 막대한 자금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쓰일 것인지, 나아가 국가와 국민 모두가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입니다.

그래서 4월의 첫날, 그린피스와 국내 환경 단체 활동가들이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산업은행 본점에 석탄 발전소 모형을 설치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1조 원은 곧 두산중공업의 주 사업인 석탄에 대한 구제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4월 1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인 그린피스와 국내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묻지 마'식 대출 1조 원 긴급 지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탄 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지난 10년간 용량 기준으로 80%나 감소했습니다. 203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소가 중단되어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더 많은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신규 발전소 투자도 철회될 것입니다. 그린피스와 국제 환경 단체가 공동 발표한 '2020 붐 앤 버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석탄 발전 가동률은 5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신규 발전소 착공량은 2015년에 비해 66%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2018년 전 세계에서 투자가 결정된 석탄 발전 설비 규모는 2015년의 4분의 1에 불과하죠. 반면 재생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현재 세계 전력 설비 투자의 40%를 차지하는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럼에도 두산중공업은 매출의 70~80%가 석탄 발전소 사업에서 나오는 구조를 유지해 왔으며, 이로 인해 주가는 10년보다 96%나 하락하고, 지난 5년간 약 2조6000억 원의 손실을 발생시켰습니다.

산업은행은 긴급 대출을 결정하며, 두산중공업이 위기를 벗어날 자구계획을 수립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린피스가 두산중공업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발표한 지난 30일,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신사업 본격화에 앞서 기존 사업에서 매출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이 1조원의 자금은 또 다른 석탄 발전소 사업 투자에 쓰일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이 건설 및 투자하려는 자와 9∙10호기 건설 예정 부지.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인도네시아 신규 석탄 발전소 자와 9∙10호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도가 낮은데다, 거대 인프라 사업에 속하는 석탄 발전소 자금 투입 결정이 어려워 보이자 한국전력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한국전력의 이사회가 자와 9∙10호기 투자를 의결하지 못 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병행해 왔습니다. 이미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102억 원의 손실이 예측될 정도로 투자 가치가 매우 낮은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낮은 경제성 평가와 기후위기 대응의 압박으로 영국 스탠다드차터드(SC) 등 글로벌 금융들의 철회도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영국 SC의 리스크 분석 책임자 마크 스미스는 "기후 변화는 비즈니스 방식과 리스크 관리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환경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를 평균 가동 수명인 30년간 가동할 경우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로 최대 7,3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와 9·10호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에는 이미 8기의 석탄 발전소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들은 자카르타에서 100km 이내에 있는 석탄 발전소 22기 중 약 40%에 해당하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발전소들이기도 합니다.

석탄 발전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블랙록,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세계 주요 투자 기관들은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철회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5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 경영자(CEO)는 투자 전략 결정에서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대응을 주요 지표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며, "석탄 생산 기업을 포함해 환경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높은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손을 떼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근본적인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1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탈석탄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화두를 외면하는 이 같은 결정은 정책 금융 기관의 역할, 더 나아가 그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비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투자자 그룹이 성명을 발표해 자와 9∙10호기 투자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세계 기조에 역행하는 사양 산업을 한국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금융 자금으로 지원하는 꼴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긴급 대출금은 두산중공업의 사채 상환과 일부 운영 자금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덧붙여 4조원의 차입금 채무가 남아 있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합니다. 두산중공업이 사업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추가 금융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입니다. 공적금융 기관의 참여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간 금융 기관들이 이번 대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시장이 두산중공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특히 1조원 자금 중 일부는 외채 상환에 쓰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1조 원을 포함해, 두산중공업에 대한 어떠한 금융 지원도 석탄과 또 다른 사양 산업인 원전 사업에 대한 단절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두산중공업이 경영 위기의 원인인 석탄 발전소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국민 혈세로 조성된 1조 원은 그저 '석탄 구제 금융'이자 또 다른 채무가 될 뿐입니다. 구제 금융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두산중공업은 이 둘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정부의 공적 자금이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석탄 발전 사업에 투입되는지 계속 감시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세금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석탄 사업에 잘못 쓰이지 않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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