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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전과 맞바꾼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글: 장마리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난해 2월 14일 그린피스와 560국민소송단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 소송의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전 건설 허가 과정의 위법을 인정했지만, 건설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변호인단과 함께 어처구니없는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해 왔습니다. 항소심 판결이 점점 가까워지는 이때,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법은 어겼지만, 무를 수는 없다'는 1심 판결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그린피스와 560 국민소송단이 2016년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 소송에 대해 이른바 '사정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정판결은 원고의 청구가 인정돼도 이를 이행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과정의 위법성은 인정하지만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건설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한 손실액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천 600여 개에 이르는 관련 사업체와 지역 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추산한 수치입니다. 1조 원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이런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니 계속해서 짓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법하게 건설 허가를 따 낸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짓는다면 우리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560 소송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 소송 사정판결에 유감을 표시하며 "위태로운 원전, 멀어진 국민안전"이라고 쓰인 배너를 들고 있다. © Greenpeace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과정에서 저지른 2가지 위법 사항

그린피스와 원고 측 소송단은 1심 재판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와 관련한 총 13가지 위법성 쟁점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중 2개 사항에 대해 위법을 인정했습니다.

첫째, 건설 허가 의결 과정에 자격이 없는 2명의 원자력안전위원이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안전위원들은 위원 위촉일로부터 3년 이내 한국수력원자력이나 관련 단체의 사업을 수행한 적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2명의 위원들은 자격 요건을 벗어났습니다. 재판부는 결격자가 의결에 참여한 이상, 건설 허가 처분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원전 건설 허가 신청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서 특정 내용의 기재가 누락됐다는 것입니다. 이 평가서는 원전을 운영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방사선 영향을 보는 자료입니다. 신고리 5‧6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고로 인한 영향' 항목의 세부 사항들에 대한 기재가 누락됐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 주민 약 169만 명을 상대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해당 주민들은 원전이 다수 밀집된 지역에서 중대 사고가 벌어지면 그 영향이 어떠한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정부의 비상 계획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 하고 있으며, 이런 사항을 전제로 한 주민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중대 사고를 적용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지만 공공복리 차원에서 건설 취소는 불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공복리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결정

사고가 났을 때 입게 될 잠재적 경제 손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국전력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2,492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는 건설 허가 취소에 따른 예상 손실액인 1조 원의 2천 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 200조 원의 10배가 넘는 비용입니다.

눈앞의 손실을 막기 위해 더 큰 피해를 감당하겠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하나의 완고한 전제 하에 내려졌습니다. 원전 밀집 지역은 지진 위험성이 없거나, 지진이 나더라도 원전 사고는 없으리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을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요?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건설된 모든 원전이 중대사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동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 위험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원전이 초래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위험이 공공복리와 상치된다면, 재판부가 판결의 기준으로 삼은 공공복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지는 재판도 세상을 바꾼다"

경주 대지진이 발생한 날인 2016년 9월 12일 시작된 소송은 1심 판결까지 886일이 걸렸고, 총 14회의 재판 동안 방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지연된 2심 재판은 오는 7월 10일 다시 재개됩니다. 판결까지는 수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린피스의 소송대리인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김석연 변호사는 1심 판결 이후부터 여태까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항소심에 몰두했습니다. 이미 성과는 나오고있습니다. '중대사고를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시에 대해 변호인단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반영되어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입니다.

허가는 위법하지만 책임질 사람은 밝히지 않은 1심 재판부의 모순적인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소송은 탈핵 시민운동의 역사상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시민들이 원전 건설 허가의 부당함에 대해 사법적 문제를 제기한 국내 첫 사례이며, 시민들의 요구로 재판부가 원전 건설 허가의 위법성을 인정한 최초 사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잘못된 결정들을 바로잡을 법정 다툼이 새로이 시작됩니다. 국민 권리와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이 싸움은 계속돼야 합니다. 2심, 더 나아가 대법원의 판결에 이를 때까지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와 참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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