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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 2년, 여전히 부재한 기후재난 대응 체계

글: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작년 10월부터 강릉 경포 산불 피해 이재민들과 함께 진행해온 설문조사가 지난 5월, 마지막 회차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린피스는 총 113명의 피해 주민을 만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피해와 아무도 묻지 않았던 ‘회복’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5월에 다시 찾은 강릉은 초여름 햇살과 시원한 바람으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번에도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함께 2023년 4월 발생한 경포 산불 피해 주민들을 만나러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번 강릉 방문은 조금 더 특별했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진행해오던 경포 산불 피해 이재민 대상 설문조사의 마지막 회차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해온 재난 심리 전문 단체 사람들에게 평화를의 심리 전문가들과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역할과 필요한 것들을 알아챌 만큼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이재민들과도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만남이었지만, 이제는 감정을 나누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그려가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계절만 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산불로 깊은 상처를 입었던 산도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고, 그린피스와의 만남을 통해 이재민들의 마음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2025년 5월,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주거주택 너머 산에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주거주택 너머 산에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이야기들

이재민들을 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공통으로 남긴 말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이재민들의 표현을 통해 지금껏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적이 없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불이 난 직후 많은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정부와 지자체에선 이재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선 피해 기준에 따른 보상 지급 후 공식적인 책임은 끝납니다. 산불 이후 이재민들이 겪는 장기적인 고통은 체계적인 지원 없이 개인의 회복 능력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상황이나 개인의 여건에 따라 회복의 속도는 크게 달라졌고, 이는 공동체 안에서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로 이어졌습니다. 이웃간의 관계는 점차 약해졌고, 그 단절은 결국 공동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있고 지냈던 기억과 상처가 다시 떠올라 힘들어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2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재난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는 이재민들이 적지 않았고, 심리 전문가들과 함께 심리 회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재난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미 국내외에서 다수 진행되어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재난 발생 직후 행정안전부에서도 국가 트라우마 센터와 관련 기관들을 통해 일시적인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일시적인 지원으로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주민들은 만성적인 기후 트라우마(Climate Trauma)를 겪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정신 건강 문제를 넘어 신경 인지 기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강릉 경포 산불을 겪은 이재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시적 또는 장기적 인지 장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산불 피해 이후 회복이 더 이상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연대를 통한 공동체 회복으로

강릉 이재민들은 지난 3월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소식에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사회에서 준비하고 있던 행사를 취소하며 직접적인 연대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고통을 지나온 이들은 그 아픔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 발생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현실 속에서, 경포 이재민들은 자신들과 같은 고통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리 전문가가 함께 산불 피해 이재민을 만나고 있다.
2025년 2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리 전문가가 함께 산불 피해 이재민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연대의 마음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은 이재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기후재난의 실상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시민대응단이 마주한 피해는 숫자나 통계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라진 삶터와 무너진 일상은 기후재난이 남긴 결과이자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진실이었습니다.

그린피스가 만난 113명의 이재민 모두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불이라는 같은 재난을 겪었지만, 피해의 양상은 삶의 조건에 따라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대피할 수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어서 대피가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쉽게 집을 지은 사람도 있었지만, 여전히 임시주거주택에서 지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기후재난의 빈도와 규모를 키우며, 기존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취약한 이들에게 더 큰 피해를 야기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화석연료 기반의 사회경제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합니다. 동시에,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기후재난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합니다.

기후재난 거버넌스로 재난 대응 재설계

조기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후보 시절 기후위기 대응을 핵심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었습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재난 대응 체계 강화는 그동안 파편화되었던 기후 대응 구조를 바로잡고, 시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기후재난 거버넌스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합니다.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의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재난 대응은 부처별 대응과 책임이 흩어져 있었고, 단기적인 복구에 그쳤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강릉에서는 회복되지 못한 일상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올해 대형산불 피해를 본 경북 지역의 2년 뒤는 달라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회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시민의 힘과 정부의 책임이 함께 작동하는 기후재난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2025년 5월, 그린피스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리사회지원 교육원 전문가들과 함께 강릉 경포 산불 이재민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완료했습니다.
2025년 5월, 그린피스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리사회지원 교육원 전문가들과 함께 강릉 경포 산불 이재민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완료했습니다.

그린피스는 강릉 피해 이재민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이재민들의 장기적인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입니다. 지금 그린피스와 함께 산불 피해 이재민들과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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