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한국 경제와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
화석연료 수입 의존 구조가 만든 시스템 위기
전쟁의 충격은 분쟁 지역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은 수백만 명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집과 학교, 병원이 파괴되고,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가장 기본적인 일상을 잃습니다. 생태계도 함께 무너집니다. 농경지는 황폐해지고 물은 오염되며, 그 땅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생계 기반이 사라집니다.
그린피스는 사람과 환경을 파괴하는 이 불법적 전쟁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이 위기가 드러내는 것,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의 근본적 취약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충격은 국경을 넘습니다. 세계 경제가 석유와 가스 중심으로 촘촘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산유국이나 가스 공급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고, 그 여파는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난방비, 전기요금, 장바구니 물가까지 밀려옵니다. 전쟁은 총성으로만 사람들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화석연료에 기대는 에너지 구조 자체가 먼 나라의 위기를 우리 집 고지서로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이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2026년 3월, 이란과 미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현실화되자 환율은 급등했고,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하루 만에 4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 대부분은 해외에서 들어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 중심,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 산업부문 비중이 큰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4%에 이릅니다. 한국에 들여오는 원유의 70%, LNG의 2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납니다. 석유와 가스는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 한국 사회도 우리 일상도 직접적인 충격을 받습니다. 대안이 충분하지 않은 화석연료 중심 구조 아래에서 시민들은 가격이 오르면 감당해야 하고, 공급이 흔들리면 불안을 떠안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부담은 모두에게 똑같이 나뉘지 않습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 비용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지역적으로 대안 인프라가 부족할수록 충격은 더 크게 옵니다. 결국 화석연료 의존 구조의 대가는 가장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부터 치르게 됩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위기와 불안은 반복되고 더 심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 위기를 일시적인 가격 문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화석연료 중심 구조가 만들어낸 함정에 가깝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처럼 국제분쟁이 커질 때마다 공급망 불안과 환율 변동, 그리고 가격 급등이 이어집니다. 그 부담은 결국 가계와 자영업자, 지역사회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공과금, 연료비, 식비 부담이 커지고 생계는 더 어려워집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한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자원과 패권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석유와 가스에 기대는 구조는 그때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불러올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방향 전환입니다. 국제 화석연료 시장의 충격에 사람들의 삶이 계속해서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민생 안정을 말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위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재생에너지는 단지 탄소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사회로 가기 위한 조건이고,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의 기반입니다.
유럽은 이미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러·우 전쟁 때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REPowerEU를 추진하며 에너지 절약과 공급 다변화,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2022년 EU 전체 수입량의 45%에서 2025년 13%로 줄어들었습니다. 2022년에는 처음으로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가스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풍력만으로도 가스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했습니다. 위기를 계기로 취약한 구조를 바꾼 것입니다.
중국도 일찍부터 전기차를 보급하고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인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1,2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목표 시한보다 6년 이른 2024년에 달성했습니다. 에너지 자립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삼은 전략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3월, 이란 관련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던 시점에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신속함을 주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석탄발전의 출력을 최대 성능의 80%로 제한하는 상한 제약을 해제하게 되었습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재 전력 구조 안에서 이러한 일시적인 조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를 더욱 늘려야 합니다.
진정 민생을 생각한다면 답은 분명합니다. 다시 LNG와 같은 화석가스 의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시스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LNG는 겉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대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제 시장과 지정학 리스크에 크게 흔들리는 수입 화석연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LNG 발전소를 새로 짓는다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 불안정한 구조에 다시 발을 묶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화석연료 의존의 연장이 아닙니다.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고, 지역에서 더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체계입니다. 사람을 불안에 묶어두는 화석연료 구조에서 벗어나, 사람의 삶을 지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 길이 더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현실적인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