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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응단의 이야기2] : 산불 1년 후,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 듣다

글: 김선률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지난 3월 25일은 영덕 산불이 발생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은 이재민을 만나 산불이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했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시민대응단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3월 25일은 영덕 산불이 발생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3일만에 영덕으로까지 번져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추억과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후 1년 동안 그린피스는 긴급대응부터 현장 복구, 그리고 일상 회복을 위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3기는 지난 해 12월부터 영덕을 방문하여 산불이 휩쓸고 간 흔적을 목도하고, 재난 이후를 살아가는 이재민의 이야기를 증언집으로 엮어내기 위한 기록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지난 2월에도 영덕을 찾은 시민대응단은 이재민들로부터 산불이 발생한 순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던 2월 말의 어느 날, 두 명의 시민대응단을 만나 그들이 들은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GP : 간단한 자기소개와 시민대응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정 : 안녕하세요, 시민대응단 3기 최인정이라고 합니다. 대학에서는 환경보건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년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기후재난시민대응단 1기 발대식 때 프리랜서로 그린피스와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활동의 취지와 교육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는데, 너무 참여하고 싶더라고요.

또, 제가 고향이 포항이거든요. 그래서 작년 산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제 아버지도 그때 연기에 휩싸인 채로 피신하시기도 했어요. 제 주변분들도 집이 타거나 큰 피해를 보셨고요. 산불이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3기 최인정님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3기 최인정님

경희 : 안녕하세요, 저는 시민대응단 3기 박경희입니다. 저는 사실 기후 위기나 재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나 경험은 없어요. 인정님에 비하면 이제 막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단계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처음엔 딸의 권유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어요. 딸이 환경을 전공했고, 이런 활동이 있다고 설명해줬는데 호기심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1박 2일의 사전 교육을 들었을 때 정말 신선했어요. 기후재난에 대해 전혀 몰랐었는데, 많은 것을 알려주셨잖아요. (웃음)

저는 심리상담, 특히 아동 심리 및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시민대응단 활동이 트라우마 회복과 치유를 다루기도 하다보니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3기 박경희님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3기 박경희님

산불, 그 순간의 이야기를 듣다

GP : 산불이 났던 영덕 현장에 벌써 꽤 많이 방문하셨어요.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들으셨나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인정 : 처음에 영덕역에 내려서 다 함께 신안리로 이동했잖아요. 그때부터 산이 보이는데 정말 많이 불에 탔구나 싶었어요. 산이란게 원래 나무가 빽빽해서 하나의 형태로 보여야 하는데, 듬성듬성 타들어간 나무만 있는걸 보고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몇 차례 (이재민 가정을)방문하며 산불이 났던 순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날따라 신발을 다 빨고 꺼내서 말려놓은 날이었는데, 갑자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셨대요. 아들을 급히 찾으셨는데 안보였고, 그러다가 밭에 있는 아들이 트럭을 끌고 나타나서 간신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슬리퍼만 신은 채로요. 산불이 지나고 집에 돌아와보니 모든게 전소되어 형태도 알아볼 수 없었는데, 그 와중에 창고에 있던 쌀과 겨는 덜 타서 연기가 나던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고 하셨어요.

이재민 한 분은 몇 세대에 이어서 살던 집이 전소되었고, 다른 한 분은 19살에 혼인하시고 평생 가꾸시던 집이 사라졌어요. 협소한 임시주택에 살게 되어 가족과 이별을 하신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감정이 북받쳐서 말씀을 머뭇거리던 이재민 분들의 모습이 생각나요.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 ⓒ이성우

경희 : 저도 신안리로 들어오며 깜짝 놀랐어요. 주민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미 불 탄 산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홍수나 산사태 같은 것도 염려하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아, 재난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구나, 이어지는 재난이 있구나.’ 싶었어요.

그 후에 제가 만나뵌 이재민 분도 마찬가지로 집이 전소되신 분이었어요. 32살에 사별하고 홀로 아들 셋을 키우면서 어렵게 돈을 모아서 집을 수리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산불이 발생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간신히 도망쳐 나왔는데 그 상실감이 너무너무 커서 힘들어하셨어요. 예전에 살던 집 이야기를 하면서 텃밭에 무엇을 심었는지 상세히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 본인은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데, 지금은 너무 협소한 공간에서 그런 것 없이 지내다보니 무력감을 느끼신다고요.

GP : 이재민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활동을 하면서 느끼거나 체감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경희 : 처음 이재민 분들을 만날 때엔 몸에 힘이 엄청 들어가서 경직되어 있었어요.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혼란이 컸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기록 활동에서 저도 모르게 이 분들의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헤아리려고 하더라고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기록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이게 아닌 것 같았어요.

그렇게 참여한 두 번째 활동에서 이재민 분이 전소된 집터를 보여주신 적이 있는데, 옹벽 뒤편으로 새까맣게 탄 산이 보였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가보니 그 앞에 대나무들이 촘촘히 자라고 있더라고요. 아무도 심거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자라나는 대나무를 보면서 이재민 분들 안에 회복의 실마리를 발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복의 싹이 돋고, 자생할 수 있도록 이재민분들의 속도와 보폭에 맞추어 따라가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해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알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도 느꼈고요. (웃음)

인정: 저도 꽤 비슷한데, 처음에는 그 분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그 마음조차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재민 분들의 마음 속에서 해소되는 것, 그리고 연결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 스스로 그렇게 대한 적이 있었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와 주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들어주는 것이 사실 쉽지 않잖아요. 시민대응단 활동을 하며, 그리고 이재민 분들을 만나며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지지, 그리고 연결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

GP : 산불이 지나간 재난의 현장을 보며, 시민들이 힘을 모아 바꿔야 하는 것엔 무엇이 있을까요?

인정 :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이제서야 기후 위기로 인해 이러한 재난이 발생한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추세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기후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장기적인 심리지원과 커뮤니티에 관련해서요.

다른 측면에서는 기후 위기 자체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한 원인에도 결국엔 기후 위기가 있는거잖아요. 더 자주, 더 크게 재난이 발생하게 될텐데 더 이상의 이재민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희 : 사실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어떤 법이 필요한지는 당장 제시하긴 어렵지만, 회복의 과정에서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영덕에서 활동하지만, 사람들이 찾지 않는 다른 재난 피해 지역이 더 많을거잖아요. 피해를 본 마을 공동체 단위에 지금보다 더 촘촘하고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는 심리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예방적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 전으로 100%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한 재난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 발생할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연구를 통해서 몇 년 후에는 어떤 빈도, 어떤 강도로 기후 재난이 발생할지 보여주는 식으로요.

GP : 말씀해주신 변화 모두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 질문이네요.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인정 : 사실 저는 소액이긴 하지만 그린피스의 오랜 후원자로서 후원금이 아깝지 않은 활동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 너무 형식적으로 들으실 수도 있지만, 후원금이 아깝지 않은 활동인 것 같아요. 제가 이때까지 해본 그 어떤 활동보다 다양한 나이, 성별의 사람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이재민분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으면서 그분들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그리고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있는 그대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여유를 주는 활동이기도 했고요.

경희 : 초록 발자국. 우리가 초록색 조끼를 입고 이재민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회복의 실마리를 찾잖아요. 그 분들에게 초록색 흔적을 어렴풋이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시민대응단 활동을 하며 단원들의 다양한 시각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감동을 받는 순간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 더 성장해보고, 틀을 깨보고 싶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재난, 그 이후의 삶을 위해

산불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재민들에게는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 기억이었습니다. 끝나지 않은 기후 재난의 현장에서 그린피스는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시민대응단이 듣고 기록한 이재민들의 이야기는 증언집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기후재난 대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시민대응단이 변화를 위해 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에는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시민대응단의 활동이 시민의 힘으로 변화를 만드는 실마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 만드는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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