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탕 재활용, 분리배출이 헛수고인 이유 세가지
열심히 분류해도 절반 이상 불타는 일회용 플라스틱
우리가 플라스틱을 정성껏 분리 배출하며 믿는 단 하나의 생각은 ‘이게 다시 새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 되겠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거대한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상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64%에 달합니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인가요? 하지만 여기엔 비밀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연료화 해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까지 ‘열적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재활용 통계에 넣어왔기 때문입니다.
- 진짜 재활용(물질 재활용): 새 제품의 원료로 다시 쓰이는 비율 26%
- 태우는 재활용(열적 재활용):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비율 37%
통계상 재활용률은 64%에 달하지만, 실제로 새 제품의 원료로 다시 순환되는 물질 재활용 비중은 26%에 불과한 것이죠. 그리고 그보다 많은 37%가 ‘열적 재활용’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태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EU, 국제 표준(ISO)에서는 이를 재활용이 아닌 ‘에너지 회수’로 엄격하게 분류합니다.

물론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름표’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에너지 회수’라 부르는 것에 우리나라만 ‘재활용’ 라벨을 붙이니 재활용 성적표가 뻥튀기되는 것이죠. 이는 가계부에 카드 결제액을 저축 칸에 적어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통장 잔고는 안 늘었는데 장부상 저축액만 늘어나니, 정작 씀씀이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뻥튀기된 성적표가 좋아 보이니 “자원순환이 잘 되고 있네?”라는 착각이 생기고, 정작 더 중요한 감량(불 필요한 것 덜 만들고 덜 쓰기)과 재사용(다시 쓰기) 노력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우리가 깨끗이 씻어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은 다시 제품으로 순환되는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불타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덜 만들고 다시 쓰는 노력 끝에 남은 쓰레기로 에너지를 생성 하는 것은 쓰레기를 마지막까지 활용한다는 의미는 가지게 되겠지만, 플라스틱을 마구 만들고 태워서 에너지로 쓰는 것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순 없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폭발하는 신규 플라스틱 생산량
우리가 아무리 분리배출을 완벽하게 해내도, 기업들은 오늘도 새로운 일회용 플라스틱을 압도적으로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일회용 페트병 생산량은 무려 3배나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싱크대에 수도꼭지는 그대로 둔 채 바닥만 열심히 닦고 있는 꼴입니다. 생산 단계에서 플라스틱이라는 ‘수도꼭지’를 죄지 않는다면, 우리의 분리배출 노력은 폭탄 아래에서 우산을 펴는 무의미한 방어전일 뿐입니다.
유통량 자체를 줄이지 않는 이상, 소비자의 분리배출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플라스틱의 양을 절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영원한 순환은 없다. 결국 쓰레기 되는 날을 늦출 뿐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제대로 재활용되려면 까다로운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 Step 01 용기 안의 내용물은 깨끗이 비운다.
- Step 02 이물질이나 음식물을 흔적 없이 닦거나 헹군다.
- Step 03 라벨 등이 다른 재질을 완벽하게 제거한다.
- Step 04 비닐, 캔, 플라스틱 종류별로 구분한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기면 오염 폐기물로 걸러져 소각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더 허탈한 사실은, 이 과정을 완벽하게 지킨 플라스틱조차 상당수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지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작업자들은 플라스틱 용기 재질이PP인지 PS인지의 표시를 확인할 시간은 없습니다. 경험상 재활용이 잘 되는 일부 품목만 눈으로 빠르게 솎아낼 뿐이죠 첨단 선별 장비도 도입되고 있지만 현장의 한계는 여전합니다. 앞서 본 26%에 불과한 물질 재활용률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플라스틱은 녹일 때마다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물질 재활용은 투명 페트병을 다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섬유나 플라스틱 대야같은 저급 플라스틱 제품으로 내려가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입니다. 한두 번 형태를 바꾸고 나면 더 이상 재활용이 불가능한 진짜 쓰레기가 됩니다. 또한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유해화학물질을 만드는 화학구조를 가지며, 결국 매립이나 소각으로 향하는 ‘진짜 쓰레기’가 됩니다.
이것은 재활용이라는 쓰레기 처리 단계의 치명적인 한계이자,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진짜 해결책은 ‘생산과 사용 줄이기’
우리의 분리배출은 플라스틱이 소각장으로 가는 시간을 아주 잠깐 늦추는 '시한부 유예'일 뿐입니다. "잘 버렸으니 괜찮아"라는 안도감은 오히려 쓰레기 발생 자체를 막지 못하게 우리의 눈을 가리는 달콤한 사탕에 불과합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막는 확실한 방법은 생산과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정부에 다음과 같은 변화를 요구합니다.
- 플라스틱 생산/사용/폐기 전과정을 아우르는 견고하고 실효성 있는 감축 목표를 설정해주세요!
- 재활용 대신 재사용 및 리필 시스템 도입하도록 해야합니다!
- 일회용 플라스틱의 단계적 금지가 필요합니다.
-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생산하는 기업에 환경적, 사회적 비용 책임 부과해주세요.
- 플라스틱 생산, 사용, 수입, 수출에 대한 투명성 강화해주세요.
- 플라스틱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 보호해야 합니다.
더이상 우리에게 분리배출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안됩니다!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과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