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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느낀 자연의 회복 — 산불 1년, 고운사 사찰림 시민과학자들의 기록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산불 이후 스스로 돌아오는 자연. 심지 않아도 돌아온 숲을, 시민과학자들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불에 새까맣게 탄 숲은, 1년 뒤 어떤 모습일까요?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약 10만 4천 헥타르를 태웠습니다.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이었습니다. 불길은 천년 고찰 고운사 코앞까지 번졌고, 그을린 능선은 한동안 회색빛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물었습니다. “저 숲은 이제 돌아오지 못할까요?”

그 뒤로 자연은 아무 말 없이,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은 고운사 사찰림의 회복 과정을 식생·동물·곤충·음향 네 분야로 나누어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글과 사진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숲이 돌아오는 과정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땀 흘리며 겪는 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시민과학자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시민이 직접 회복 과정을 겪는 동시에, 그 기록이 실제 모니터링 조사에 보태지도록 말입니다.

불에 그을렸던 능선 아래, 다시 푸르러진 숲 앞에 시민과학자들이 모였습니다. ⓒGreenpeace

 

책방 주인, 산림학도, 그리고 옛 PC통신 동아리원이 한자리에

3월 발대식부터 6월 마지막 활동까지, 약 100명의 시민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중 3회 활동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을 기준으로 50여 명을 선발했고, 매 활동마다 20여 명이 능선을 올랐습니다. 서울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분, 산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시민과학 동아리를 이어온 분까지 — 나이도 배경도 제각각인 시민들이 매달 한 번, 고운사를 찾았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하나. ‘회복을 기록하는 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강원대 이규송 교수, 기경석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과 함께, 시민과학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숲을 관찰했습니다.

 

식생팀 — 같은 자리에서, 매달 달라지는 숲

식생팀은 숲에 고정된 ‘방형구(方形區)’ 안의 식물을 매달 같은 방식으로 기록했습니다. 어떤 새싹이 돋았는지,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지난달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처음엔 낯설던 조사도, 전문가와 함께 줄자를 대보고 잎을 들여다보는 사이 ‘나의 관찰’이 되어갔습니다.

“여태 어렵게 느껴졌던 강의 내용을, 교수님과 같이 실제로 해보니 재밌었습니다.”  — 식생팀 시민과학자

“자연이 회복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식생팀 시민과학자

같은 자리를 매달 다시 찾는 일. 모니터링의 핵심은 ‘변화’를 보는 것입니다. ⓒGreenpeace

 

조류팀 — 숲이 우거질수록, 귀가 먼저 열렸습니다

조류팀은 새의 자취를 좇았습니다. 5월에는 하루 동안 10종이 넘는 새를 만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숲이 다시 우거지면서 새를 ‘눈으로’ 찾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잎이 무성해진 만큼, 시민과학자들은 자연스레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숲이 더 풍성해져 시각적 탐색이 어려워진 만큼, 청각적 주의력이 더 높아진 몸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 조류팀 시민과학자

“되지빠귀를 오래 관찰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 조류팀 시민과학자

숲이 우거져 새가 안 보이게 된 것. 그 자체가 회복의 증거였습니다.

 

나무가 우거질수록 탐조는 어려워지고, 그 어려움이 곧 숲이 살아났다는 신호였습니다. ⓒGreenpeace

 

매달 갈 때마다, 숲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6월 12일 고운사 사찰림 일부 지역>
<7월 5일 고운사 사찰림 일부 지역>

 

한여름으로 향하는 더위 속에 능선을 오르내린 세 번의 활동이 쌓이는 동안, 시민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한 달 만에 갈 때마다 고운사 주변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이 참 반갑고 좋았습니다.”  — 참여 시민과학자

이 체감은 연구진의 데이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5월 발표된 공동 모니터링 결과, 산불 피해지의 식생은 약 76.6%까지 회복됐고, 식생의 활력을 보여주는 위성 지표(NDVI)도 산불 이전의 약 70% 수준을 되찾았습니다. 토양 유실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숫자와 사람의 눈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숲은 돌아오고 있다고. 이 데이터는 지난 5월 22일 발표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1년차 결과 보고서 (식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심지 않아도 돌아옵니다 — 아직 흔치 않은 선택

여기서 짚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보통 나무를 새로 심습니다. 인공복원입니다. 반면 고운사에서는 사람이 손을 대지 않고, 숲이 스스로 돌아오도록 맡겼습니다. 자연복원입니다. 아직 흔치 않은 선택입니다. 그래서 ‘76.6% 회복’이라는 숫자는 더 묵직합니다. 심지 않았는데도 이만큼 돌아왔다는 뜻이니까요.

사실 자연의 복원력은 20여 년 전에 이미 증명됐습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도 피해지의 절반 가까이를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맡겼고, 그 숲은 다시 울창해졌습니다. 토양만 놓고 보면, 나무를 새로 심은 곳보다 자연이 알아서 돌아온 곳이 오히려 더 건강했다는 추적 연구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좋은 사례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자연은 스스로 돌아온다’는 단순한 사실이, 정작 사람들의 마음에까지는 닿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연복원의 진짜 가치는 한 계절, 한 해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동해안이 그랬듯, 고운사의 숲도 제 모습을 온전히 되찾기까지는 앞으로 10년, 그 이상이 걸립니다. 매년 같은 자리를 찾아 변화를 기록해야 비로소 ‘자연이 어떻게 스스로 살아나는가’라는 진짜 데이터가 쌓입니다. 이번 시민과학자들의 3개월은, 그 긴 여정의 첫 페이지입니다.

 

 

그래서, 직접 ‘느끼는’ 일이 중요합니다

숲의 회복은 한 번의 관찰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연이 제 속도로 돌아오는 길을 10년이고 그 이상이고 곁에서 기록하고 지키는 일 — 그 긴 시간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시민 한 분 한 분의 지지입니다.

당신의 후원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을 함께 만드는 일입니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시민과학자들이 고운사를 다시 찾아 숲의 다음 장면을 기록할 수 있도록. 그렇게 이 살아난 자연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될수록, 우리가 지켜야 할 숲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다시 푸르러지는 고운사의 다음 10년을, 당신의 후원으로 함께 지켜봐 주세요.

 

숲의 회복은, 한 번의 관찰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연복원의 다음 한 걸음, 후원으로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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