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와 노원구, 청년이 직접 만든 기후정책
「청년이 그린(Green) 노원 실험실」
“우리 동네의 환경 문제, 정책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실험이 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노원구가 함께한 청년 참여형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 「청년이 그린(Green) 노원 실험실」입니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의 환경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생각만 해왔던 해결책을 정책으로 설계하고 실제 반영을 위한 절차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5월 참가자 모집을 시작으로 여름 내내 이어진 이 여정이 최근 정책공론장과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청년이 제안하고, 청년이 실험한 사업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남달랐습니다. 2025년 노원청년정책네트워크 6기 청년들이 직접 제안한 정책이 노원구 청년자율예산제를 통해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년이 제안한 정책 예산으로, 다시 청년이 지역의 환경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설계하는 구조입니다. 시민 참여가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다시 시민 참여의 장을 여는 선순환이 노원에서 실현된 셈입니다.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워크숍에서는 그린피스 캠페이너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기초 이해, 국내외 기후위기 대응 사례를 강의하고 정책 제안서 작성 교육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어진 리빙랩 단계(정책 제안서 작성 실무 교육)에서 참가자들은 팀을 이뤄 노원 지역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 개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중간 점검에서 전문가 피드백을 받으며 정책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마지막 정책공론장에서는 각 팀이 다듬어 온 정책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그린아젠다빌더스, 이 실험의 뿌리
「청년이 그린 노원 실험실」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린피스의 ‘그린아젠다빌더스’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번 실험실은 그린아젠다빌더스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그린아젠다빌더스는 그린피스가 운영한 시민 퍼실리테이터 육성 프로그램입니다. 지역의 환경·사회 문제를 시민 스스로 발굴하고, 이를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켜 시민이 직접 변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거창한 전문 지식이 아니어도 누구나 우리 동네의 환경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퍼실리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된 그린아젠다빌더스에서 그치지않고, 이것이 노원구에 확장되어 진행된 프로그램입니다. 도넛 경제학이 노원이라는 구체적인 지역과 만나 온 흐름 위에, 이번 실험실은 실제 지역의 청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민과 시민이 만나다
이번 실험실에서 특히 의미 있었던 장면은 그린아젠다빌더스 수료자들과 청년 참가자들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린아젠다빌더스에서 시민 참여와 숙의 과정을 경험한 수료자들이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청년들의 정책 제안 과정을 도왔습니다.
그린아젠다빌더스를 수료한 곽미아, 이누리, 유수진 세 분의 퍼실리테이터는 15명의 참가자들과 직접 만나 도넛게임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통해 자원순환, 제로웨이스트, 주거,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주제의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토론했습니다. 노원구를 넘어 서울시의 사회·기후·환경 문제를 함께 살펴보고, 정책 설계 과정에서 시민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책공론장, 청년의 제안이 행정을 만나다
이번 실험실의 정점은 정책공론장이었습니다. 리빙랩을 거치며 다듬어 온 정책을 청년들이 직접 발표하고, 노원구와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세 팀이 내놓은 제안은 노원구의 특성과 주민의 삶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었습니다.
1조는 폐의약품이 일반쓰레기나 하수구로 버려지는 문제에 주목해, 공동주택과 병·의원을 연계한 생활밀착형 폐의약품 수거체계와 용기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2조는 공공시설 유휴부지의 태양광 발전수익을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재원으로 환원하고, 에너지 절약키트를 지원하는 에너지복지 정책을 설계했습니다. 3조는 노인 일자리와 대학 자원을 연계한 채식 프로그램으로 세대 간 교류와 환경 실천, 지역경제를 함께 잇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세 팀의 제안은 자원순환과, 탄소중립도시과, 복지정책과, 고령사회정책과 등 노원구 관계 부서에 공식 전달되어, 법적 타당성·예산 적정성·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서면 검토 의견서로 돌아왔습니다. 청년의 아이디어는 발표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관계 부서의 검토와 피드백까지 이어졌습니다. 관계 부서들은 각 제안의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기존 사업과의 관계와 현실적 제약을 구체적으로 짚었고, 향후 관련 사업 추진 시 제안 내용의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참가자들에게는 살아 있는 정책 교육이었습니다. 좋은 취지만으로 정책이 될 수 없으며, 법적 근거와 예산 구조,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까지 살펴야 제안이 힘을 갖는다는 것을 행정의 언어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최종 발표된 3가지 정책 중 1개는 내년도 노원구 청년 분과 사업으로 선정될 기회로 연결됩니다. 청년의 제안이 검토를 거쳐 실제 구정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활동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시민이 정책의 주체가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던 것을, 예산과 법적 근거까지 따져가며 제안서로 만들어 구청의 답변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어요.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제야 손에 잡히는 느낌입니다.”
— 수료생 심효정 님
“그린아젠다빌더스에서 배운 것을 다른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에 서 보니, 시민이 시민을 이끄는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 그린아젠다빌더스 수료 퍼실리테이터 곽미아 님
기후위기 대응은 멀리 있는 국제 협상장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폐의약품 수거함, 에너지 취약가구의 여름과 겨울, 대학가의 한 끼 식사 같은 구체적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청년이 그린 노원 실험실」의 참가자들은 그 시작점에 시민이 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민의 제안이 행정의 검토 테이블 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린아젠다빌더스에서 「청년이 그린 노원 실험실」로 이어진 것처럼, 그린피스는 시민의 목소리가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통로를 계속 넓혀가겠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그린피스의 자원봉사자 커뮤니티 '발룬티어스(VoluntEarth)'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지금 전국 16,000명이 넘는 발룬티어스가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 곳곳에서 환경과 평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변화를 체감할 주인공은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