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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를 넘으면 어떻게 될까? UNEP가 경고한 기후위기의 다음 단계

가 말하는 1.5°C 초과의 의미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

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Q. 1.5°C를 넘으면 이제 소용없는 걸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1.5°C를 초과하는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그 초과 폭과 기간을 줄이며, 다시 1.5°C 미만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2026년 여름, 우리는 다시 기록적인 기후재난을 마주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거제에서만 지난 광복절 연휴 무렵 무려 1000mm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져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일본 나고야에서는 9월 8일 시간당 104.5mm의 비가 내려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고, 도심 곳곳이 침수됐습니다.

2026년 8월 경상남도 거제시 기록적 폭우 사태로 거제 연초면 오비리 일대 침수 피해 발생했다.
2026년 8월 경상남도 거제시 기록적 폭우 사태로 거제 연초면 오비리 일대 침수 피해 발생했다.

히말라야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지난 8월 네팔에서는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규모 홍수가 트리슐리강 일대를 휩쓸면서 수많은 인명 피해와 주택·수력발전 시설 등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지금도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나고야에서는 9월 8일 시간당 104.5mm의 비가 내리며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묻게 됩니다. 기후위기는 앞으로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요?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1.5°C를 넘는다면,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걸까요?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는 바로 이 질문을 다룹니다.

1.5°C, 이제 넘게 되는 걸까?

2026년 9월 2일, UNEP는 ‘오버슛 제한’「Limiting Overshoot」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현재의 정책과 앞으로의 단기적인 배출 경로를 고려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C 높은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이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파리협정의 1.5°C 목표가 무의미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UNEP는 1.5°C를 초과하는 폭과 기간을 얼마나 적게, 그리고 짧게 하느냐가 앞으로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합니다. UNEP가 제시하는 개념이 바로 ‘오버슈트(overshoot)’​입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이 1.5°C를 일시적으로 넘어선 뒤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 다시 낮아지는 경로를 뜻합니다.

즉, 1.5°C 초과 → 정점(peak) → 하락(decline) 이라는 경로입니다. UNEP가 강조하는 것은 이 경로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미 초과 가능성이 커진 만큼 초과 폭과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가능한 한 빨리 1.5°C 이하로 돌아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린피스 청년 액티비스트들이 여전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열화상 카메라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청년 액티비스트들이 여전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열화상 카메라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1.5°C’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2024년에 지구 평균기온이 1.5°C를 넘었다는데, 이미 파리협정 목표는 실패한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6°C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파리협정의 1.5°C 목표는 특정한 한 해의 기온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한 해 1.5°C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장기적인 1.5°C 목표가 공식적으로 폐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UNEP 역시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초과 자체만이 아니라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는지​라고 설명합니다.

1.5°C를 넘는 폭이 왜 중요할까?

“1.5°C에서 1.6°C가 되면 고작 0.1°C 차이 아닌가?”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을 이야기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UNEP는 기온 상승의 정점이 높아질수록 사람과 사회, 경제, 생태계가 겪는 위험이 커지고, 1.5°C를 넘어선 기간이 길어질수록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1.5°C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얼마나 적게 넘고, 얼마나 빨리 다시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실제 사람들의 삶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후재난은 심각해지고 더 무서운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

기온이 나중에 다시 내려오면 모든 문제가 원래대로 돌아올까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UNEP는 1.5°C를 넘어서는 폭과 기간이 커질수록 기후 시스템의 이른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s)​를 넘어설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으로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의 불안정화, 아마존 열대우림의 변화,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과 같은 중요한 기후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더 중요한 점은 지구 평균기온이 다시 낮아진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모든 변화가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이나 해양 온난화, 빙권의 손실, 지역별 강수·가뭄 패턴의 변화 등은 기온이 내려간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최대한 기온 상승폭을 줄이고 빠르게 1.5°C로 돌아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이란 지구상 열과 바다의 염분을 순환시키는 자연체계이며 이 체계가 무너질 경우 남극 심해에 저장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 영화 <투모로우>의 주요 설정 중 하나이다.

그리고 1.5°C는 ‘정의’의 문제이기도

기후위기의 피해가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배출량이 다른 만큼, 기후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역량도 국가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최근 네팔의 대홍수 이후 이러한 문제가 다시 부각됐습니다. 네팔은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한 정도가 매우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이지만, 히말라야의 기후변화와 빙하 변화에 따른 위험에 매우 취약합니다. 이번 재난 이후 네팔에서는 단순한 원조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Subaas Shrestha/NurPhoto via Getty Images  2026년 8월 네팔에서는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 현장
Subaas Shrestha/NurPhoto via Getty Images 2026년 8월 네팔에서는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 현장

UNEP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서 형평성과 정의(equity and justice)​를 핵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역사적 책임과 대응 역량이 큰 국가(선진국)들이 더 빠르고 강하게 행동해야 하며, 취약한 국가와 지역사회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1.5°C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누가 기후위기를 만들었고, 누가 피해를 받고 있으며, 누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는 것과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비하는 것, 둘 다 필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UNEP는 크게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나는 기후변화를 더 이상 가속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줄이는 것, 즉 완화(mitigation)입니다. 가령 석탄이나 가스 발전, 석유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사회가 대비하고 피해를 줄이는 것, 가령 기후재난 방재시설 설치와 같은 적응(adaptation)입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배출을 줄이는 속도가 느릴수록 앞으로 우리가 적응해야 할 기후위험은 커집니다. 반대로 이미 발생하고 있는 폭염과 폭우, 해수면 상승 등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사람들이 감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은 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1.5°C를 넘는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는 없다

UNEP의 보고서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1.5°C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서 1.5°C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오히려 지금부터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기온 상승의 정점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 1.5°C를 넘어서는 기간을 조금이라도 짧게 만드는 것, 가능한 한 빨리 다시 기온을 낮추는 것.

그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산림과 해양 생태계 보호, 그리고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적응과 기후재원입니다. 0.1°C의 차이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위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9월 기후정의행진을 그린피스와 함께 참여한 시민들
2023년 9월 기후정의행진을 그린피스와 함께 참여한 시민들

지켜온 15년, 지켜낼 1.5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15년 동안 기후위기를 막고,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행동해왔습니다. 1.5°C는 단순히 지켜야 할 숫자가 아닙니다. 사람의 삶을 지키고,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가 공정하게 다뤄지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켜내야 할 기준입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더 빠른 변화입니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변화는 오늘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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