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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발전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한다: RE100 기준과 탄소 장벽의 그림자

글: 그린피스

RE100(Renewable Electricity100)은 기업이나 단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은 2014년 국제 비영리 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주최한 ‘2014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포함해 2024년 12월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총 435개에 달합니다. 한국에서도 SK 그룹이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이후, 현재까지 총 36개 기업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업 기업과 삼성화재, 신한파이낸스그룹, 카카오, 네이버 등 여러 서비스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RE100은 자발적인 협약이지만, 기업의 대외 이미지뿐만 아니라 수출 경쟁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RE100 선언 기업들이 실제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RE100 기업들이 이미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실천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매우 느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 정부와 국내 RE100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RE100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RE100에 가입한 79개기업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하였고, 48개 기업은 90% 이상의 재생에너지 조달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RE100에 가입한 79개기업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하였고, 48개 기업은 90% 이상의 재생에너지 조달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RE100에 가입한 79개기업(총 전력소비 91TWh)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하였고, 48개 기업(총 전력 소비 44TWh)은 90% 이상의 재생에너지 조달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RE100 회원사 75개는 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또는 목표수립을 필수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여러 기업들이 여기에 반응해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수립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국내 기업 180곳의 전력사용량을 분석한 ‘2023 CDP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수립했다고 응답한 국내 기업은 2022년 29개에서 2023년 43개로 늘었습니다. 다만, 목표 수립 기업의 약 77%가 목표연도를 다소 늦은 편인 2040년 이후로 설정하였습니다. 또, 응답한 국내 기업 중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보유 기업의 연간 국내 전력소비량은 우리나라 총 전력소비량의 약 11.4%에 달합니다.

현재 RE100은 재생 에너지 100%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바이오가스)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2년마다 에너지원 기준도 달라지는데요. 앞으로 LNG와 수소를 섞어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혼소 발전도 제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이 LNG 혼소 발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어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금 우리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제품을 납품할 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중 41.7%가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인데요. 안타깝게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2년 기준 5만406GWh(기가와트시)로, 총 발전량 62만6448GWh(기가와트시)의 8% 수준입니다(세계 평균 약 30%). 이는 2022년 기준 국내에 소재한 글로벌 RE100 기업 164곳의 전력소비량인 6만GWh에 못 미치는 공급량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RE100 참여 기업 가운데 40%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2025년 연말을 목표로 한국에 6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2025년 연말을 목표로 한국에 6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소극적인 한국의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던 걸까요? 아마존은 최근 2025년 연말을 목표로 한국에 6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 인프라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아마존은 한국 가정 약 2만 5,000가구에 해당하는 연간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국내 에너지 정책과 RE100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한 걸까요?

LNG 발전은 RE100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낮은 재생에너지 목표 뿐만 아니라, 여전히 화석연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2021년 환경부가 발표한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따라 LNG를 녹색 자원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LNG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예전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줄여야 할 LNG 발전이 국가의 지원 아래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는 이유도 결국 '그린워싱'이 목적 아니냐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2045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며 RE100 가입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가입 승인 이후 불과 2주 만에 현대차의 신규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에 클라이밋그룹은 "현대차의 LNG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몰랐다"며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는 이유도 결국 '그린워싱'이 목적 아니냐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는 이유도 결국 '그린워싱'이 목적 아니냐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SK하이닉스도 탄소중립을 목표로 'RE100'에 가입했습니다. 해외 생산 공장에서는 이미 RE100 목표를 달성했지만, 국내 사업장을 포함한 전체 달성도는 여전히 30% 수준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인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스마트에너지센터'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신규 LNG 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현재 이천은 시운전 단계에 있고 청주도 거의 완공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는 RE100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LNG 열병합발전소에서 전력이 아닌 열만 구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LNG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열 역시 상당한 탄소 배출을 수반하기 때문에 RE100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향후 이러한 열 구매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란 유럽연합(EU)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등의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유사한 청정경쟁법(CCA, Clean Competition Act)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여 2025년부터 시행될 경우, 2027년에는 반도체, 자동차 등 완제품까지 확대되어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제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LNG 발전에 의존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연할 경우,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을 달성하거나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산업 전력으로 LNG 발전을 계속 활용한다면 기업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대규모 산업 단지에서 지금처럼 화석연료와 같은 전통 에너지원에만 의존한다면, 머지않아 탄소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탄소 장벽'이란 국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탄소 제품에 부과하는 추가적인 규제나 세금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된 CBAM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 장벽은 장기적으로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LNG는 비교적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입니다. 따라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LNG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약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LNG 발전으로 인해 높은 탄소 배출량이 발생한 것이 드러나면, 기업은 높은 탄소세를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LNG 발전으로 인해 높은 탄소 배출량이 발생한 것이 드러나면, 기업은 높은 탄소세를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LNG 발전으로 인해 높은 탄소 배출량이 발생한 것이 드러나면, 기업은 높은 탄소세를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부족한 재생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녹색 프리미엄 제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 제도는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반 전기요금에 웃돈을 지불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한시적인 제도입니다. 2022년 전 세계 RE100 기업 중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활용한 비중은 19%에 불과했지만, 국내 RE100 기업의 활용 비중은 무려 80%에 달했습니다. 제대로 된 재생에너지 공급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지출하는 이러한 프리미엄 비용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본 및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RE100 기업들이 녹색 프리미엄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정부는 원전을 신규 증설해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RE100 기준에서는 원전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만약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게 되면, 자국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포기해야 하므로 이는 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현재보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도입에서 더 뒤처진다면, 탄소 장벽에 부딪혀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이 현재보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도입에서 더 뒤처진다면, 탄소 장벽에 부딪혀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전 세계 많은 국가와 RE100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세 적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현재보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도입에서 더 뒤처진다면, 'RE100'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탄소 장벽에 부딪혀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책 관계자들은 LNG 발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또한 RE100에 참여 중인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녹색 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선제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린피스는 정부와 기업에게 LNG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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