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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부터 삼성전자까지, 기업을 변화시킨 그린피스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글: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글로벌 ICT 기업들의 유해화학물질 사용 금지 부터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사용 선언까지, 여러분과 그린피스가 만든 “긍정적 변화”를 확인해보세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는 것은 이미 낯선 일이 아닙니다. 이제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기후위기 문제와 별개로 특정 기업의 경쟁력의 지표가 됐습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2010년대부터 저 변화를 선도해왔습니다. 삼성전자도 2018년 미국과 유럽, 중국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를 수립하고, 2022년 9월 그 목표를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해 전사 사업장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런데, 저 변화가 기업들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일까요? 아닙니다. 여러분과 그린피스가 기업을 변화시켰습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ICT 및 전자제조산업을 바꿔왔는지 살펴볼까요?

독성물질 제거부터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까지 (전자제조사부터 인터넷 기업까지)

그린피스 오스트리아 활동가들이 애플 스토어 앞에서 “스티브, 당신의 애플을 사랑하지만 ‘녹색’이었으면 좋겠어 (Steve, I love your Apple I just wish it came in green)”라 씌어진 배너를 들고, 제품 내 유해화학물질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2006년 전자업계의 폴리염화 비닐(PVC)와 브롬계 난연제(BFRs) 등 유해화학물질 사용 중단하고 전자폐기물 처리 실태 고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수십만 명의 애플 팬들과 함께 ‘Green My Apple’ 캠페인으로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을 촉구하며, 2012년까지 매년 보고서와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전자업체 독성물질 사용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이제 주요 전자제품 제조사 가운데 유해화학물질 퇴출 목표를 세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2017년 악세사리와 케이블 등 모든 제품군에서 PVC와 브롬계 난연제를 퇴출시켰습니다.

2010년에는 '쿨아이티(Cool IT) 리더보드', 즉 데이터센터 운영사 및 인터넷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사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시대 에너지원(석탄)에 의존한 미래 선도기업이 말이 되느냐고, 온실가스로 더이상 지구를 가열시키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2011년 페이스북을 겨냥한 ‘Unfriend Coal (석탄과 친구 끊기)’ 캠페인을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실태 조사를 진행하며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 수립과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페이스북, 애플, 구글,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이 잇달아 우리의 요구에 동참했고, 애플사는 데이터센터(2014년)를 시작으로 2018년 전세계 모든 사업장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지금은 공급망으로 저 목표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에어쉽 A.E.Bates가 페이스북 본사 상공에서 페이스북, 애플, 구글에 이어 다른 인터넷 기업들에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 목표 수립 및 실행 촉구

국내에서도 2015년 '딴거하자'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삼성SDS 등 데이터센터 운영사 및 인터넷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가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최초로 네이버, KT, LG U+, SK C&C, 삼성 SDS 등 국내 유명 인터넷 기업 7곳의 전력 소비량 및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한국, 대만,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의 환경 성적표라 할 수 있는 통합 보고서인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를 발표하며, 상대적으로 뒤쳐진 국내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네이버가 자사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 수립을 발표했고, 2021년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모든 건물에서의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으로 전환 목표를 상향했습니다. 카카오 또한 올해 넷제로 계획과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 방편을 발표했습니다.

그린피스 한국 활동가들이 국내 데이터센터 기업들에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2016년 11월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와 단순 폐기란 처리방법에 문제제기를 시작하며 ‘갤럭시를 구하라’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스마트기기의 잦은 업그레이드와 짧은 수명 등 낭비적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에 기반한 순환형 생산 방식(재활용/재사용 및 수리성 확보) 으로의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전 세계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갤럭시노트7 재활용과 친환경 처리 원칙을 수립했습니다.

그린피스 한국 활동가들이 수원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갤럭시노트7의 친환경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6개국 17개 전자기기 제조업체 친환경 성적 보고서인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 가이드’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주요 후원사였던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총 전력사용량의 1%에 불과한 사실을 폭로하며 분발을 촉구하는 글로벌 캠페인도 펼쳤습니다. 미국, 독일, 영국, 대만, 한국 등 동시다발적 액션과 함께 전 세계 시민들이 변화를 요구한 결과, 삼성전자는 2018년 6월 25일,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사업장의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를 수립했고, 2020년 3개국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달성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가 가장 유의미한 방법으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전사 차원으로 확대하도록, 2018년 8월 ‘삼성전자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100% 재생가능에너지 달성 로드맵’라는 이행 전략과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린피스 대만 활동가들이 삼성전자 스토어 앞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2021년 목표 수립 3주년에 맞춰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을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 및 평가하고 개선사항을 제시했습니다. 그 해 7월, 한국 10대 그룹 100개사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과 장단기 목표를 조사한 ‘10대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을 통해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을 촉구했습니다. 또 그 해말 한·중·일 ICT 기업들의 기후대응을 분석한 ‘탈탄소 경쟁, 어디까지 왔나?’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의 기후 목표 상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선언 4주년에 맞춰 삼성전자의 정체된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비판했습니다.

기업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가능케 하는 제도 마련

그린피스는 정부를 상대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활성화 제도 개선 캠페인을 병행했습니다. 2015년 ‘딴거하자’ 캠페인과 동시에 국회와 산업부를 상대로 전력구매계약(PPA)의 제도적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산업부 장관에 서한을 보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편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국회포럼을 개최하여 정책결정자들과 언론에 해외 제도와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기업 정부 시민사회와 함께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습니다. 2019년엔 유의미한 정책이 마련되도록 기업 및 시민사회와 함께 기업 전력구매계약 도입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지지 활동을 펼치며, 정책입안자를 설득하고 국내 환경에서 제도 설계에 대한 구체적인 기틀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린피스 한국 활동가가 본회의가 진행중인 국회 건물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기업 구매계약제도(PPA)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캠페인을 통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선언이 이어지자, 2019년 5월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도입 검토’ 내용이 담긴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심의·의결했고, 이어 6월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기업PPA도입 검토가 책정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 캠페인을 시작한지 약 6년 만에 드디어 전력구매계약(PPA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에서도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소비자가 원할 경우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특정해서 공급 받거나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한 것과 유사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한국형 RE100(K-RE100)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기업은 자체건설, 지분참여,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및 직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또 앞으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데이터센터 운영사 및 전자제조업체들에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및 제조-생산의 혁신을 촉구하기 시작한 2015년과 지금의 세상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기업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은 이제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들의 진전은 여전히 더디고 미흡하고, 심지어 퇴행적이기까지 합니다.

캠페인 초기, 기업들은 '국내에는 기업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제도가 없어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기업들은 '아직 제도가 불충분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물량이 부족하며, 재생에너지가 비싸서 활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캠페인 초기, 정부는 '어떤 기업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제도도 불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린피스와 여러분이 함께한 캠페인의 결과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를 수립한 지금, 정부는 거꾸로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시켰습니다.

경상북도 영양군 풍력발전단지.

지금 우리에겐 지난 7년의 변화보다 더 다급하고 대담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상기후의 강도와 빈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기업도, 우리 모두다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합니다. 이미 제시된 해법들을 실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뭉치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캠페인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재생에너지 전력 확대를 위한 그린피스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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